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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옥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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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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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 사이에서: 『국제법의 역사: 살라망카에서 관타나모까지』 몇 년 전, 에스파냐 중부에 있는 살라망카에 가본 적이 있다. 생애 첫 유럽 여행이라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가운데 하나인 살라망카대학교를 꼭 한 번 눈에 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성만큼 고풍스러운 교정 안을 거닐다가 한 동상을 마주쳤다. 동상의 주인은 살라망카학파의 대표 인물인 프란시스코 데 비토리아(Francisco de Vitoria)였다. 동상 앞에 서서, 약 500년 전 살라망카대학교에서 벌어진 논쟁을 떠올리며 그 앞을 서성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소위 ‘신대륙’이 발견된 이후 살라망카에서는 신대륙의 원주민을 유럽 기독교인들과 같은 인류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진지한 논쟁이 벌어졌다. 비토리아로 대표되는 살라망카학파의 신학자들은 가톨릭적 박애의 관점에서 원주민과 기독교인은 모두 같은 ‘인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어와 믿음 체계, 문화 등이 모두 다르지만,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만민법(萬民法, jus gentium)이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 정치공동체 내에만 적용되는 시민법(jus civile)을 넘어서 그들과 우리 사이에 모두 적용되는 ‘만민법적 사고’는 훗날 ‘국제법(international law)’의 출발점이 된다. 다만 지적해야 할 사실이 있다. 실제로 ‘시민법’과 ‘만민법’ 사이에는 엄청난 불균형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비토리아의 논의에 이미 그런 씨앗이 보였다. 비토리아의 만민법은 원주민을 인류로 보도록 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원주민 역시 만민법을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합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인류에 대한 박애 정신과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전쟁의 논리가 모순적으로 공존했다. 살라망카학파의 이와 같은 복잡함은 비단 국제법만이 아니라 인류의 근대사가 지닌 역설적 모습이기도 했다. 이번에 번역되어 소개되는 『국제법의 역사: 살라망카에서 관타나모까지』는 만민법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국제법이 사실은, 유럽 국제사회만의 법이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은 유럽 국제사회의 법으로서 발전한 국제법의 역사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국제법의 논리 속에서 배제되고 지워졌던 식민지인, 유색인(비백인), 여성, 테러리스트들, 그리고 자연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책을 보고 살라망카에 갔다면, 비토리아의 동상 이면에 존재한 더 많은 장면과 이야기들을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새삼 아쉽기도 하다. 『국제법의 역사: 살라망카에서 관타나모까지』가 잘 보여주듯 국제법은 일부 ‘문명’ 국가들에만 적용되는 규칙이었다. 반면, ‘야만’으로 규정된 나머지 세계를 향해서는 노골적인 폭력이 자행되었다. 국제법은 전 인류를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법의 영역과 폭력의 영역 사이 경계를 세우는 지식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1873년 세계국제법협회가 “법을 통한 평화와 정의의 구현”을 목표로 창립되었지만, 이들의 활동은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분할과 제국주의의 폭력을 막을 수 없었다. 평화와 정의가 적용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문명’ 국가들의 야만이 드러나고, 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되면서 서서히 만민법으로서 국제법의 영역도 넓어졌다. 국가들의 행동을 국제법에 기초하여 윤리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일정 수준 가능해졌다. 국제법이 통용되는 하나의 사회로서 국제사회가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국제법 안에 존재하는 우리와 그들의 구분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문명과 야만을 구분했던 사고방식은 여전히 선진국과 후진국, 서방 국가들 중심의 국제사회와 그렇지 못한 불량국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사고방식의 기저에 여전히 존재한다(선진국이 되어야만 비로소 국제사회의 윤리를 논할 수 있다는 인식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국제법이 소위 강대국이 아니라 약소국만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불편한 진실이며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제법의 목소리가 통용되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이란-미국 전쟁 등은 답답함을 넘어서, 인류의 미래에 우려를 드리운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법이 무용한 것이라 낙담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외부와 연계되어 있고, 이 속에서 우리만의 ‘시민법’을 강고하게 지키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침략과 학살은 절대로 남의 일이 될 수 없으며, 이를 윤리적·법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며 중요하다. ‘만민법’적 정신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더욱 그 의미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만민법으로부터 출발하여 국제법이 걸어온 역사를 되짚어보는 일은 호사가의 취미를 넘어서 미래를 위한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특히 국제법의 역사를 주도해 온 ‘문명’ 세계가 흔들리는 와중에, 전쟁과 학살, 식민 지배와 독재를 모두 경험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보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국제법의 역사를 한국어로 접할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나와 있는 책은 전통적 학술서에 가까워 법을 잘 모르면 진입장벽이 높고, 최근의 변화까지 담아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만화라서 보기 좋은, 그러면서도 정말 많은 내용을 탄탄하게 담아낸 『국제법의 역사: 살라망카에서 관타나모까지』를 통해 세계의 현실과 윤리적인 세계, 그리고 진정한 만민법적 정신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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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대국굴기를 거치면서 제국형 국가와 개방형 제국의 갈림길 위에 서 있다. 만주족의 청이 그리고 조선이 그러했듯이 ‘중화’를 중국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동유산으로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고금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역사적 시야가 필수적이다. 이 책은 과거를 다루는 치밀한 역사서인 동시에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를 전망하는 예리한 미래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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