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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이소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5년 3월 <세 평짜리 숲>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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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우리에게는 누구나 끝내 닿지 못한 포지션이 있다. 정영우는 14년 동안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켰고, 정승우는 태어난 순간부터 그 자리를 넘어섰다. 형과 동생의 사이는 야구장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간의 거리인 18.44미터보다 훨씬 멀다. 어쩌면 그것은 살아가며 좁힐 수 없는 간극에 가깝다. 이 소설은 그 간극을 회피하지 않는다. 재능이라는 우연, 노력이라는 습관, 그리고 가족이라는 필연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감정을 조용히 드러낸다. 당신은 멀리서 빛나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본 적 있는가? 펭귄스라는 이름처럼, 날지 못하는 자들에게 원하는 결말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등을 오래 바라본 적 있다면, 이 소설 속 떨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가장 복잡하다. 펜스를 넘어간 타구가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만들어 내듯, 끝에 가서야 닿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아슬아슬하고, 애틋하고, 조금은 잔인하기에 아름답다.
2.
익명의 인물을 빌려 쓴 시집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기억의 파편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일에 가깝다. 『모두가 예쁜 비치』는 호명되는 순간 사라지는 존재들, 감정의 진술을 넘어선 행위로서의 문장들, 그리고 끝내 역설적으로 빛나는 어떤 아름다움으로 직조된다. 이 시집 속 인물들은 현실 너머, 장면 속에 존재하는 이름들이다. 언제든 부서질 듯 연약하지만, 오영미의 펜 끝에서 종이 위에 꿋꿋이 제자리를 지킨다. 그 버팀은 이 시집이 끝까지 놓지 않는 숨겨진 서정의 방식이다. 고백은 더없이 부드럽고, 전언은 조롱처럼 날카롭다. 그러나 그 강렬한 균열 사이에서 조용한 빛이 문득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예쁜 비치』를 거닐다 돌아온 이는, 불완전한 감정의 언어로 엮인 한 폭의 조각보를 품고 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감히 그 조각보 위에 잠시 누워도 괜찮을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때론 휩쓸려 죽어도 좋다고 이 시집은 아주 조용히 속삭여준다.
3.
나는 ‘칠흑처럼 까만 밤이 쏟아져 내’릴 때까지 그녀의 글들을 붙잡고 있었다. ‘우리만의 비밀이’라고 적어둔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와서였을까. 시간순이 아닌 사건의 집합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기이하게도 불분명한 미래를 향하고 있어 아름다웠다. 내 손에서 펼쳐진 그녀는 ‘도시의 가짜 습지’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처럼 ‘우리의 몸이 줄곧 이렇게 연약했는지’ 묻는다. 이 질문은 두 사람의 슬픈 시작이다. 나는 그녀가 젖니를 뽑고 난 그 틈에 끼어 한참을 읊조린다. 역시 가장 잊기 어려운 기억은 오직 몸으로 배운 것이었음을.
4.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를 읽기 전까지 나는 사랑을 몰랐다. 한 사람의 표정을 곰곰이 떠올리는 일, 고단한 일상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일, 내 삶을 바꾼 타인의 면면과 거리의 윤곽을 더듬는 일 같은 것들. 그러니까 이 책은 바꾸어 말하면 나와 너와 우리의 삶을 스친 사랑에 관한 기록이다. 나는 네 명의 작가를 통해 사랑을, 내 사랑을 채운 구멍 난 일상을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날은 없었다고 이름 붙이고 싶었다. 그래. 어쩌면 삶이란 애초에 이런 모양이었을지 모르겠다. 내가 버린 수많은 ‘지금’은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양이었다는 것을.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2월 2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11,030 보러 가기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 넘어간 나의 가족을 닮은 조씨네 가족은 하와이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자이다. 그들의 집안은 지금의 구성원을 갖기 위해 슬픈 역사를 끊어내며 살아왔다. 전쟁에서 전쟁으로 도저히 빠져나갈 곳 없는 DMZ라는 벽에서,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그러니까 도망칠 곳이 없는 곳에서 다시 도망칠 곳이 없는 곳으로 떠나온 이 가족은 오늘 무엇을 빌었을까. 평화? 혹은 망각을. 적당히 타협한 한식으로 가득 찬 델리에서 벌레를 쫓는 독수리 여권을 가진 한국인 아버지의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나는 페이지 사이에 지어진 조씨네 가게에서 계란물을 묻힌 육전을 받아 들고 나온다. 우적우적 씹으며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쉽게 잊었겠지만, 사실 미치도록 아름다운 이 섬은 전쟁 위에 지어졌다고.
6.
사실 이 책은 작가가 마침표 뒤에 숨겨 둔 이야기들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독자를 ‘읽는’ 자가 아닌 ‘몰래 듣는’ 자로 만든다. 고로 이 책을 펼쳐 버린 이상, 보통날 단 하나의 어긋난 사건으로 인생이 꼬여 버린 인물들을 수수방관하는,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보다 더 생활과 판타지 사이에 불행을 밀착시켜 놓은 글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주의 사항을 미리 적는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는 작가가 파 놓은 구렁텅이가 있다. 나처럼 당신도 그 깊은 여운에 허우적거리다 잠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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