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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박서련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4년 8월 <[큰글자도서] 카카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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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내가 쓴 소설 『체공녀 강주룡』에서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다. 나는 내가 강주룡을, 그의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다 믿어 왔다. 따라서 『체공녀 연대기』를 읽으며 울 이유가 내게는 없다. 그런데 왜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마는가. 사실과 그 의의들로 구성된 학술서는 어떻게 소설가를 울리는가. 촘촘한 기록으로 재건된 역사는 지어낸 이야기를 압도하고 또한 우리, 여성 노동자들이 딛고 있는 계보에 대한 감동으로 쇄도한다. 이름 모를 여공이 체공녀로 새로이 이름 불릴 때, 강주룡으로부터 이어진 계보가 김진숙에 닿을 때, 뜻밖의 겸허와 그만큼의 자긍심을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롭지 않다.
2.
성장기 내내 이어지는 크고 작은 불운은 파란 피부 이주민 소년 주인공이라는 고유한 설정을 넘어 서사의 안팎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핍진하게 포착해낸 차별과 혐오는 이 서사가 가닿을 눈부신 성취를 가리키는 역설적 위치에 있다.
3.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뭐. 참 싫은 말인데 자주 하게 된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사정이 철저하게 다르고 비명을 참기 어려울 만큼 참혹한데도, 스스로를 안심시키느라 혹은 뾰족하게 솟은 불행의 디테일들을 잘 눌러 익히 알던 세계에 편입시키느라 그렇게 말하고 마는 것 같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불행의 목록에 서수진의 디테일이 첨가되는 순간 이야기의 그물은 견고해지고, 친친 감긴 나는 이야기 끝에 도사린 피비린내를 감지하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그리하여 잘 닦여 반짝이던 이민 여성 4인방의 일상이 단 일주일 사이에 산산조각 나고 그들 각자가 외면해 온 진실이 피투성이로 드러날 때, 또 하나의 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서수진밖에 없다는 사실.
4.
바닷가 마을을 찾아가는 소년 소녀의 모험담은 산뜻하고 귀엽지만, 이 여정의 처음과 끝에 놓인 질문과 답은 그리 쉽지도 가볍지도 않다. 기적을 향해 달리는 타임 슬리퍼가 그들의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하지만 어려워할 것은 없다. 이렇게 시원하고 깜찍한 서스펜스는 처음일 테니까. 기억은 괴롭고 무거운 것일 때도 있지만, 기억만이 시간에 저항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5.
당신이 누구든 어떻게 자랐든 첫사랑은 이랬을 것이다. 이랬으면 한다. 갑작스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뜻밖의 일. 상대를 향한 마음이 커져갈수록 왠지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어가는 듯한 이상한 일. 그것이 얼마나 즐겁고 무섭고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체험이었는지가 몽땅 다 생각나버렸다.
6.
『책을 먹는 자들』을 한 입 베어 문다면 어떤 맛이 날까. 고전적이면서 동시대적이고, 잔혹하지만 다정하다. 박진감 있는 전개가 감상을 재촉하는데, 교차하는 사건 속에 수많은 진실이 깃들어 있어 쉽게 눈 돌릴 수 없다. 작은 괴물을 지키는 좀 더 큰 괴물의 용기, 공주로 태어났으나 괴물이 되기를 선택하는 여자, 오랜 시간 특권과 폭력으로 여성을 길들여온 어떤 종족. 우리를 유혹하는 이 새로운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폐쇄적인 사회의 오랜 구습에 불복하는 별난 여자들은 주인공에 적합한 재질이고, 그들 이야기를 섭취한 여자가 그들의 후예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니 읽지 마세요, 영양분으로 삼으세요. 여러 겹의 섬세한 특성이 한 권의 이야기에 조화롭게 수렴된 맛을 즐겨보시길. 애서가로서? 아니, 미식가로서.
7.
『책을 먹는 자들』을 한 입 베어 문다면 어떤 맛이 날까. 고전적이면서 동시대적이고, 잔혹하지만 다정하다. 박진감 있는 전개가 감상을 재촉하는데, 교차하는 사건 속에 수많은 진실이 깃들어 있어 쉽게 눈 돌릴 수 없다. 작은 괴물을 지키는 좀 더 큰 괴물의 용기, 공주로 태어났으나 괴물이 되기를 선택하는 여자, 오랜 시간 특권과 폭력으로 여성을 길들여온 어떤 종족. 우리를 유혹하는 이 새로운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폐쇄적인 사회의 오랜 구습에 불복하는 별난 여자들은 주인공에 적합한 재질이고, 그들 이야기를 섭취한 여자가 그들의 후예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니 읽지 마세요, 영양분으로 삼으세요. 여러 겹의 섬세한 특성이 한 권의 이야기에 조화롭게 수렴된 맛을 즐겨보시길. 애서가로서? 아니, 미식가로서.
8.
잘 아는 맛이지만 뻔하지 않은 맛이다. 독자가 긴장을 풀려는 순간마다 솜씨 좋게 경로를 이탈해 색다른 재미를 향해 간다. 서사의 중심을 떠받치는 큰 줄기의 이야기와 그로부터 가지 뻗은 하나하나의 사건들 모두에서 절묘한 균형 감각이 느껴진다. 뜻하지 않은 후진으로 시작되었으나 멈춰 서거나 주저앉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전진과 긍정의 에너지가 미덥다. 과거의 오해와 실책을 바로잡고 잃었던 성취를 되찾으려 하는 한편, 잘못한 이들을 죄인으로 남겨두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나누어주려는 태도가 귀하다. 그렇지, 세탁이라는 말은 본래 그런 뜻이었다. 더러워졌다면 버릴 게 아니라 세탁하면 된다. 흠씬 젖어 무거워진 삶을 벗어버릴까 고민하는 이에게 미래세탁소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딱 한 벌뿐인 삶이라는 옷, 세탁기 없는 세탁소에 한번 맡겨보시라고.
9.
이 소설에 가능한 모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재능 있는 저자가 시간을 들여 매끈하게 써낸 공력이 느껴졌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공통된 테마 내에서의 연작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그 형식들 하나하나가 개성적이면서도 잘 벼려져 있다.
10.
게임 속 인물들은 흠 없는 인과의 논리를 지닌 세계를 유랑하며,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재난만을 맞이한다. 컨트롤러를 쥐고 있는 현실의 우리들은 불안정하고 불합리하며 불공정한 바깥 세계에 등을 기대고 있다. 게임 안과 밖의 온도 차를 생각하면 때로 눈물이 나지만 또 때로는 가슴이 뛴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유년기를 지배하고 평생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그런 게임을 만들어왔고 만들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지독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상실과 그뒤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도 되며, 필연적으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이 책이 제공하는 독서 경험은 가히 실용적이다, 사람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다 읽자마자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느낌. 서사예술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느낌. 이것이야말로 완전히 내 이야기 같지만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당장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지는 느낌. 그러니까, 좋은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하고 난 뒤의 느낌이다. 영원히 이 안에 머무를 수 없어서 슬프지만, 다음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서 벅차다.
11.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던 옛사람의 말을 따라 묻는다, 영웅이 되는 데에 성별이 따로 있겠는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의 겹겹을 되짚으며, 낯설고 새로운 고전의 핵심을 묘파하며 전혜진은 답한다. “여성 영웅이라 오히려 좋아!” 탄생과 소명의 부여, 역경과 고난에 이어 마침내 소명 달성에 이르는 영웅담 여정에서,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들은 성리학적 세계관이 놓은 수많은 함정까지 돌파해 낸다. 다양한 형식과 문법을 구사하며 독자들을 사로잡은 글꾼 전혜진은 장르를 횡행하는 힘센 상상력으로 이야기 속 영웅들을 이끌어 독자 앞에 세운다. 낡고 고루한 이야기라고만 여겼던 고전 속 여성 영웅들을 우리는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까. 현대 여성 영웅 지침서로도 손색이 없는 이 책에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12.
이따금 일터로 찾아가 요즘은 뭐가 재미있냐고 물으면 그는 다소 불친절하게, 그러나 내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을 세심하게 고려해 새 게임을 추천해준다. 그러면 그가 일하는 시집 서점은 RPG 속 주점 겸 여관이 되고 나는 의욕이 앞선 초보 모험가, 그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주인장이 되는 것 같다. 십중팔구 그는 부정하겠지만, 역력한 권태 속에서 그가 주워든 여흥의 편린들에서는 삶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정이 진동한다. ‘덕후’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지닌 이들이라면 그는 덕후-덕후, 메타 덕후다. 방대한 취미의 편력이 일부 담긴 그의 모험일지를 조심스레 권한다. 마치 이것이 금지된 마도서인 것처럼.
13.
이야기는 백두대간에서 시작되어 한라산 자락에서 끝난다. 3·1에서 유신까지 한 방에 꿰뚫는다. 눈밭에서 범과 마주친 사냥꾼으로부터, 아이를 재우고 따뜻한 바다에 안기는 해녀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 유명한 경구를 되새기며 삼가 손을 모아본다.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명은 되풀이되지만, 그 역사를 이루는 세포도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깨달음 또한 오롯하다. 누군가는 단순한 허기 때문에, 누군가는 정욕과 관능으로, 누군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저마다의 욕망을 품은 채 이어지고 갈라지며 충돌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삶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남긴다. 김주혜가 그려내는 이 땅과 이 땅의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혹은 그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고통스럽다. 스스로를 사냥꾼이자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포수처럼, 한국계 작가의 담담하고도 예리한 필치는 이방인과 원주민의 시선을 아우르며 경이를 자아낸다. 이것은 먼 나라에서 도래한 우리 이야기이고, 새로운 정통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토록 충격적인 축복에 감사드린다.
14.
이야기는 백두대간에서 시작되어 한라산 자락에서 끝난다. 3·1에서 유신까지 한 방에 꿰뚫는다. 눈밭에서 범과 마주친 사냥꾼으로부터, 아이를 재우고 따뜻한 바다에 안기는 해녀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 유명한 경구를 되새기며 삼가 손을 모아본다.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명은 되풀이되지만, 그 역사를 이루는 세포도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깨달음 또한 오롯하다. 누군가는 단순한 허기 때문에, 누군가는 정욕과 관능으로, 누군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저마다의 욕망을 품은 채 이어지고 갈라지며 충돌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삶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남긴다. 김주혜가 그려내는 이 땅과 이 땅의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혹은 그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고통스럽다. 스스로를 사냥꾼이자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포수처럼, 한국계 작가의 담담하고도 예리한 필치는 이방인과 원주민의 시선을 아우르며 경이를 자아낸다. 이것은 먼 나라에서 도래한 우리 이야기이고, 새로운 정통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토록 충격적인 축복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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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백두대간에서 시작되어 한라산 자락에서 끝난다. 3·1에서 유신까지 한 방에 꿰뚫는다. 눈밭에서 범과 마주친 사냥꾼으로부터, 아이를 재우고 따뜻한 바다에 안기는 해녀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 유명한 경구를 되새기며 삼가 손을 모아본다.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명은 되풀이되지만, 그 역사를 이루는 세포도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깨달음 또한 오롯하다. 누군가는 단순한 허기 때문에, 누군가는 정욕과 관능으로, 누군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저마다의 욕망을 품은 채 이어지고 갈라지며 충돌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삶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남긴다. 김주혜가 그려내는 이 땅과 이 땅의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혹은 그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고통스럽다. 스스로를 사냥꾼이자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포수처럼, 한국계 작가의 담담하고도 예리한 필치는 이방인과 원주민의 시선을 아우르며 경이를 자아낸다. 이것은 먼 나라에서 도래한 우리 이야기이고, 새로운 정통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토록 충격적인 축복에 감사드린다.
16.
친숙한 소재를 변주해 흥미로운 설정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1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9월 25일 출고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그냥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뿐이라고. 당신이 나쁜 사람은 아니듯 나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당신도 나처럼 느낄까. 내가 나 자신을 견디듯, 당신도 나를 참고 있는 것일까. 김지현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을 가지고 있다. 안팎이 어둡고, 벽은 얇지만 불투명해 그 너머에 존재할 누군가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벽을 두드리며 출구를 찾는 인물들이 있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선물일까, 괴물일까. 힌트를 주자면, 단순한 낙관보다 섬세한 불행이 이야기를 빛내는 법이다.
18.
이토록 세심하게 관찰한 일상에 깔끔한 유머 감각, 때로 대담한 상상력까지 가미해 빚어낸 이야기들이라니. 시대는 쌀쌀맞고 우리 행성은 병들었으며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화가 나 있지만, 다행히 여기 선물이 있다. 어린이도 아니고 그다지 착하게 지내지 못했어도 좋다. 어디에 있었든 어떤 계절이든, 메리 크리스마스.
19.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는 백두대간에서 시작되어 한라산 자락에서 끝난다. 3·1에서 유신까지 한 방에 꿰뚫는다. 눈밭에서 범과 마주친 사냥꾼으로부터, 아이를 재우고 따뜻한 바다에 안기는 해녀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 유명한 경구를 되새기며 삼가 손을 모아본다.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명은 되풀이되지만, 그 역사를 이루는 세포도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깨달음 또한 오롯하다. 누군가는 단순한 허기 때문에, 누군가는 정욕과 관능으로, 누군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저마다의 욕망을 품은 채 이어지고 갈라지며 충돌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삶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남긴다. 김주혜가 그려내는 이 땅과 이 땅의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혹은 그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고통스럽다. 스스로를 사냥꾼이자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포수처럼, 한국계 작가의 담담하고도 예리한 필치는 이방인과 원주민의 시선을 아우르며 경이를 자아낸다. 이것은 먼 나라에서 도래한 우리 이야기이고, 새로운 정통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토록 충격적인 축복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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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장르를 뭐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일단 WASD 키가 있으니 FPS(일인칭 슈팅). 반복되는 출퇴근 속에서 일상이 조금씩,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루프 물. 게임 포비아에서 게이머로, 게이머에서 게임 만드는 사람으로 레벨 업해 가는 육성 시뮬. 펼치자마자 다짜고짜 하드모드 주의. 그야 이건 게임이 아니라 인생이니까.
21.
어쩌면 정은우는 맛있는 이야기로 읽는 이의 마음을 훔치는 능력자가 아닐까. 솜씨 좋은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딸의 새콤한 분투기이고, 국가에 보탬이 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차별한 시대에 대한 씁쓸한 회고담이며, 화끈하고 매콤하게 제 갈 길 가는 주인공의 여성서사이되, 은근히 달달한 로맨스가 빠지지 않는 한편, 분방하면서도 촘촘한 상상력으로 부려놓은 세계관이 짭짤하다. 오미(五味)를 조화롭게 갖춘 한 상의 판타지. 간이나 볼까 하고 가볍게 든 숟가락이 어느덧 바빠질 것이다.
2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9월 24일 출고 
다른 곳에서 마주쳤더라면 무심코 선생님이나 할머니라 했을 텐데, 『안젤라』를 다 읽고 나니 이렇게 부르고 싶다. 선배님! 1세대 페미니스트로 지난 세기를 건너와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걷고 있는 안젤라. 이 다정하고 씩씩한 사람과 나도 친해 보고 싶다. 삶의 옹이마다 고단한 사연으로 자리한 역사는 그의 생애 하나의 순정이던 문학으로 되살아났고, 풍파에 시달렸으되 꺾이지 않은 이야기는 더욱 알 굵고 생생한 열매가 되었다. 가진 것이 적어도 늘 넉넉하게 베푸는 안젤라가 가만히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를 구경하다 보면, 후대로서 알게 모르게 그의 덕을 보아 온 우리 세대가 그에게 들려주어야 할 응답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23.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그냥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뿐이라고. 당신이 나쁜 사람은 아니듯 나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당신도 나처럼 느낄까. 내가 나 자신을 견디듯, 당신도 나를 참고 있는 것일까. 김지현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을 가지고 있다. 안팎이 어둡고, 벽은 얇지만 불투명해 그 너머에 존재할 누군가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벽을 두드리며 출구를 찾는 인물들이 있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선물일까, 괴물일까. 힌트를 주자면, 단순한 낙관보다 섬세한 불행이 이야기를 빛내는 법이다.
24.
최다혜 작가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로서도 알지 못하던,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에 내가 짓는 표정. 턱없이 부족한 보상, 피치 못할 지출, 느닷없이 침범해오는 모욕, 그런 것들로 쉽게 일그러지곤 하는 일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은 정말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어제의 무모한 선택으로 인한 고통일까…… 끊임없이 달려드는 물음과, 그럼에도 한 발 더 내딛는 작은 힘에 대해서까지. 세계는, 우리의 존재는 고단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훑고 지나간 붓 자국에는 묵묵한 다정이 배어 있다. 이 작가에게 발견되어서 다행이다. 차마 직시할 수 없으나 우리의 발이 단단히 붙어 있는 이 현실을, 그의 붓이 쓰다듬어 정말로 다행이다.
2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9월 23일 출고 
미워하고 오해하는 데에는 단 한 순간의 계기만이 필요하지만,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에는 끈기와 충분한 시간이 요구된다. 이 이야기는 한 손자의 할머니 간병기이자, 세대가 다르기에 가치관도 다른 여성과 남성의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대치의 기록이며, 한 청년이 함께 사는 사람들의 존재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서사이다. 저자는 돌봄 노동을 맡은 남성 청년의 입장에서 한 여성 노인의 내밀한 미시사를 톺아가며 당연한 것을 낯설게, 익숙한 깨달음을 새삼스레 곱씹도록 한다. 겸연쩍을 만큼이나 솔직하게 그려낸 삼대의 일상에는 위선도 위악도 없어서 진정이 진정 그대로 윤이 난다. 낙관도 비관도 함부로 하지 않는 긴 지켜봄이 아주 담담한 이해와 사랑에 닿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이 살아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작은 기적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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