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검색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범유진

출생:,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성

최근작
2026년 4월 <[큰글자도서] 도깨비불 게스트하우스>

이 저자의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syo
1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꼬마요정
2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행인01
3번째
마니아

SNS
//www.instagram.com/yujin_posong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옵션 설정
25개
1.
  • 양탄자배송
    5월 4일 (월)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향기가 떠오르는 책이 있다. 어떤 책에서는 숲속의 싱그러운 향이, 또 어떤 책에서는 상큼한 과일 향이 떠오른다. 『설탕실』을 덮고 난 뒤, 한동안 좋은 버터를 태웠을 때의 고소한 너티 향이 코끝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미도와 가호가 함께 피낭시에를 만들던 장면 때문인지, 아니면 털실아이에 가면 어떤 냄새가 날지를 상상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 오래 묵은 울 털실에서는 묵직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난다. 버터를 태울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향이다. 울은 양털이고, 양털에는 라놀린(Lanolin)이라는 천연 기름기가 배어 있는다. 이 기름기가 실에 남은 채로 오래 묵히면 그런 향이 난다. 버터와 털실. 전혀 다른 두 소재가 의외의 향기를 공유하듯, 『설탕실』의 인물들 역시 개성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흔들리고 불안해하면서도 진득하게 내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점이다. 부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 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세상에 드러낸 미도, 학교에 가기 힘들 정도로 마음의 허리를 다쳤지만 조리 고등학교에 도전하는 가호, 다디단 마카롱의 힘을 빌려 쓰디쓴 우울감을 떨쳐 내려고 애쓰는 혜지 씨, 도려내진 유년을 기억하면서도 또 다른 구멍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미주까지. 인물들의 불안은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플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다. 언젠가 나 역시 품고 있던, 그 서툰 고민의 조각을 하나씩 안은 채 허우적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훗날 미도가 쓴 또 다른 동화를 읽고 싶어졌고, 가호가 다쿠아즈를 더 맛있게 구워 낼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되었다. 버터를 잘 태우려면 중불에서, 버터 전체에 열이 고르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천천히 저어 주어야 한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버터를 잘 살피며 적당한 색이 나왔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불안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일상을 버티고 있는 친구들에게 『설탕실』은 소설 속에 나오는 동화 내용처럼, 작은 우산이 되어 줄 것이다.
2.
김민서 작가님께. 처음으로 말했던 날을, 글씨를 썼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대부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처음으로 마음을 쏟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던 날은 기억할 겁니다. 편지지에 한 글자씩 펜으로 눌러썼을 수도 있고, 메시지 창을 켜 놓고 몇 시간이고 고민하면서 휴대전화 자판을 눌렀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을 수도 있습니다. 형식이나 도구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언어화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 그 자체입니다. 김민서 작가의 <그대를 생각하면 늘 이런 시간이었다>에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어떤 시에서는 들뜬 기쁨이, 어떤 시에서는 서늘한 외로움이, 또 어떤 시에는 가라앉은 슬픔이 깃들어 있습니다. 한 편 한 편이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느껴지는 건, 작가가 시를 읽는 독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일 겁니다. 시가 된 편지는 누구에게 전달될까요. 편지가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라면, 시는 독자를 위한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덤덤한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사무치게 공감이 가는 건 그래서입니다. 편지를 부친 후 작가는 독자의 해석에 모든 걸 내맡긴 채, 답장 없는 편지를 다시 적어 내려가야 할 겁니다. 그 작업은 어쩌면 참으로 고독하겠지요. 그러나 답장은 도착하지 않을 뿐, 시를 읽고 독자의 마음에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는 이윽고 두둥실 씨앗을 뿌려 그 상냥함을, 주변에 조금씩 나누어 줄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 씨앗이 다시 작가의 앞에 살포시 내려앉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김민서 작가에게 꽃을 드립니다. 지나치게 아름답던 밤을 지난 지금 작가님은 여전히 버티고 계신가요. 앞으로도 어두운 밤이 길고 긴 날도 있겠지만, 그 끝에서 나를 만나기를 바랍니다. 김민서 작가의 시가, 똑같이 밤을 걷는 이들에게 닿아 함께 어른이 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이 편지와도 같은 아름다운 시가 많은 이들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