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오민석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공주

최근작
2025년 2월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5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옵션 설정
25개
1.
모든 언어(문장)는 근본적으로 대화적이다. 모든 발화는 다른 발화에 대한 반응이며 다른 발화의 발생을 전제로 생겨난다. 이는 독백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독백은 발화자가 자신을 청자로 내세우는 언어이기도 하고, 미지의 잠재적 청자를 가정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대화적 상호작용을 배제한 발화란 없다. 『대화적 상상력』으로 유명한 미하일 바흐친(M. Bakhtin)은 언어의 대화성을 인식론의 층위로까지 끌어올린다. 그에 따르면 “진리란 고립된 개인의 머릿속에서 태어나거나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적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진리를 찾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집단적으로 태어난다.” 그러므로 그는 “모든 인식은 대화적이다.”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행위에는 항상 언어가 끼어들고, 그때 사용되는 언어는 근본적으로 대화적이며, 따라서 모든 인식 역시 대화적 관계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발화자는 문장의 대화적 속성을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들이 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모든 문장 속엔 이미 타자의 발화들이 들어와 있다. 모든 언어(단어들)는 그러므로 그 자체 이미 겹-목소리의 단어들(double-voiced words)이다. 최수란 시인의 시들은 언어와 인식의 이와 같은 대화성에 대한 민감하고도 끈질긴 반응의 결과물이다. 이 시집의 거의 모든 시에는 화자 혹은 시인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너”, “당신”, “한 사람”이라 불리는 타자와 그의 목소리들이 들어와 있다. 최수란은 발화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청자를 설정하고 그에게 말을 건다. 최수란의 시들은 언어의 대화성을 전경화시키고, 자신의 발화 안에 타자의 발화가 들어와 섞이는 풍경을 보여주며, 이 과정을 통하여 세계를 이해(인식)한다. 최수란의 시들은 단성적 언어(monophony)가 어떻게 다성적 언어(polyphony)로 바뀌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하여 모든 인식에 어떻게 타자성이 끼어드는지를 보여준다. 반쯤 열어둔 창 안으로 한여름의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네요 바람 바람이라고 발음하면 바라던 일이 모두 이루어질 것 같아서 오늘 나는 나의 어제를 기록하고 있어요 어느 봄밤 꾸었던 하나의 꿈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당신과 나는 과거를 상실한 채 붉은 가로등이 켜진 비 오는 밤을 걷고 있었죠 골목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 막다른 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상실된 과거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당신의 어제는 나의 오늘이 될 수 있을까요 푸른 바다를 가르는 하얀 새 한 마리는 등장하지 않았어요 꿈을 기록하면 내가 보이나요 보이는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을까요 바람이라고 발음하면 꿈속의 나는 하얀 새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꿈속의 기록은 여기까지입니다만 반쯤 열어둔 창 안으론 여전히 봄밤 같은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네요 ― 「바람 기록」 전문 최수란의 시에는 “창”의 기표 역시 자주 등장하는데, 그에게 창은 분리의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공간을 이어주는 대화적 공간이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한여름의 바람”은 실내에 있는 화자의 사유를 자극하고, 화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회상하며 동시에 “당신과 나”의 상실된 과거를 끌어들인다. 화자는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자기의 생각을 전하며, 질문을 하고, 대답을 기다리기도 한다. 화자의 이와 같은 발화는 다양한 층위의 대화적 공간을 생산한다. 위 시에는 화자의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대화적 공간도 있고, 현실과 꿈의 언어가 마주치는 공간도 있으며, “당신과 나”의 과거와 “당신의 어제”, 그리고 “나의 오늘”이 만나는 대화적 공간도 있다. 제목의 “바람 기록”은 이들의 발화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이동하는 언어이며, 이 시가 그런 대화의 기록임을 보여준다. 시인의 사유와 발화에 불을 당긴 바람 역시 시의 초입부에선 한여름의 바람(현실)이었다가 결말부에선 다른 바람, 즉 “봄밤 같은 바람”(꿈속)과의 대화적 관계에 들어간다. 시인은 화자와 당신 사이에 “상실된 과거”가 존재하며 그것이 둘 사이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떤 문제일 수 있음을 함축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이고 특별한 서사로 발전시키지는 않는다. 시인은 다만 바람을 매개로 다양한 층위의 대화적 공간을 생산하고 그것들이 모여 모종의 인식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시인은 청자를 무의식의 비가시적 존재로 버려두지 않으며, 텍스트의 표면에 노출하고 그와 대화함으로써 자신의 정서와 사유가 고립된 주관성에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2.
“이번 12집 음반 <집중호우 사이>는 지금까지 한국 대중가요가 이룩한 최고의 문학적 성취이다. ‘한국 문학에 진 빚을 갚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 그의 이번 음반은 한국 문학에 진 빚을 갚는 수준을 넘어서서 한국 문학에 더해진 또 하나의 탁월한 문학적 성과이다.”
3.
김차영에게 글쓰기란 불모의 세계에서 생명의 세계로, 주이상스 제로에서 잉여 주이상스의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는 글쓰기를 통하여 불타버린 사막을 욕망의 초원으로 만들고, 꿈이 사라진 현실에 꿈을 불어넣는다. 그는 마치 엘리엇T.S. Eliot의 “4월”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황무지」) 시인은 주이상스의 언어로 상징계의 셈법을 무의식적으로 위반하며, 잉여 향유의 언어로 대놓고 상징계를 교란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시집은 초토화된 겨울의 상징계에서 주이상스와 잉여 향유의 기억을 불러내는 봄의 언어로 이루어진 봄의 텍스트이다.
4.
김정수의 평론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 비평’을 지향한다. 그는 현란한 이론이나 오리무중의 개념에 등을 돌리며 항상 날것으로서의 시 쓰기와 시 읽기의 현장에 가 있다. 건축으로 치자면 그는 설계자도 감리자도 아닌 현장 감독 같은 존재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시를 읽기 전에 먼저 시를 쓰며, 시 쓰기의 현장에서 시 읽기의 현장으로 자연스레 이동한다. 현장 비평가로서 그는 누구보다도 글쓰기의 고뇌와 환희에 익숙하다. 그는 시인들 곁에서 그들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고통을 통감하며, 그들이 겉으로 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건져낸다. 그는 시 쓰기의 현장에서 시인이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마저 대신 해주는 시적 영매이다.
5.
이윤 시인은 먼 곳에서 시를 찾지 않는다. 시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 그녀에게로 온다. 처음 시인에게 올 때, 일상의 사물들은 죽은 무덤처럼, 마른 미라처럼, 정동(affect)이 삭제된 상태로 온다. 그러나 시인의 눈길이 닿는 순간, 얼어붙은 사물 안에 은폐되어 있던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겨우내 얼음 속에 유폐되었던 물고기가 봄이 와 얼음이 녹음과 동시에 서서히 움직이듯이, 시인의 언어 안에서 정지 상태의 객체들은 본래적 움직임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시인은 얼어붙은 신화를 살려내고, 은폐된 역사를 소환하며, 버려진 사물을 초대하고, 자청하여 객체에 압도당하면서, 본래적 존재의 궁극적인 빛을 살려낸다. 이 시집은 비본래적 관습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시인이 구해낸 아름다운 존재들의 화성(和聲)으로 가득하다.
6.
시인은 그에 대한 비판을 철학의 바깥인 시와 시의 바깥이 비평 담론을 동원하며 감행한다. 그가 볼 때 진정한 해체는 바깥의 바깥으로 계속 나가는 운동이어야 한다. 소음이 사라진, 일목요연한 진리 담론은 무수한 소음의 폭풍에 의해 다시 해체된다. 이 시는 그러므로 데리다에서 데리다의 바깥으로, 시에서 시의 바깥인 비평 언어로 계속 달아나며 비결정성과 중성성의 공동체로 향하는 시인의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시인에겐 공동체 역시 어떤 일관된 방향과 목적과 명령을 가진 것이 아니다. ‘다가올 민주주의’는 그런 시스템의 노예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시집은 이렇게 계속 바깥의 바깥을 향하는 정동으로 가득 차 있다.
7.
김문순 시인은 죽음의 밭에서 생명의 씨앗을 찾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얼어붙은 고체의 시간에서 살아 흐르는 액체의 시간을 찾는다. 이 시집의 한 편에 눈물과 은둔, 결핍과 실패, 불안과 우울의 동굴을 불러오는 화자들이 있다면, 다른 편엔 그 대척점의 환희와 자유, 풍요와 희망, 그리고 변화를 부르는 화자들이 있다. 시인은 이렇게 다양한 화자들을 동원하여 움직이며 다른 무엇으로 계속 변화하는 세계를 형상화한다.
8.
그간 수많은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통하여 디카시에 관한 이론적 논의도 활발하게 이어져 왔다. 이런 발전의 기반 위에서, 그것도 디카시 창시 20주년을 맞이하여 디카시 창시자의 네 번째 디카시집이 나오니 세간의 주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이상옥의 이번 디카시집은 그간의 창작·이론적 성과 위에서 디카시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시인은 타자의 슬픔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哭婢이다. 시인은 세상의 슬픔을 감지하고 울음의 진원을 찾아가 그것과 하나가 되어 함께 운다. 시인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자 대신 말을 해주는 말words이다. 시인은 울지 못하는 자 대신 울음의 말을 해준다. 시인이 타자의 울음을 실컷 울 때, 시의 숲이 천천히 우거진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요즘은 너무나 희귀한 적요와 고요와 조용한 웃음의 시집으로 깨달음의 순간에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시인의 웃음은 주체가 과도한 진지함에 빠져 사물을 경직화하는 것을 막는다. 시인은 멍청한 진지함보다 경쾌한 깨달음을 원한다.
11.
오랜만에 큰 그림의 시들을 만났다. 정수자의 시들은 메시지에 사로잡혀 절절매지도 않고 표현을 궁구하느라 겉멋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녀는 대상을 넉넉히 껴안고도 남을 언어의 거대한 그물을 세계에 던진다. 그것은 클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섬세하고, 완결을 지향하면서 완결을 의심하는, 완성과 회의의 탄탄한 그물이다. 그것은 확고한 중심을 견지하면서 대상을 향하여 아름다운 비례의 날개를 던진다. 그것이 사물을 포착할 때, 가장 잘 들어맞는 것들끼리 부딪힐 때만 낼 수 있는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어떤 ‘삑사리’도 허락하지 않는 그녀의 정확한 투구는 비례의 왕국에 도달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전적 기술이다. 그러나 그녀는 도달의 순간에 자신을 지울 줄도 안다. 압력이 가장 높은 단계에서 폭발하는 별처럼, 가장 완벽한 순간에 언뜻 시야에서 사라지는 별똥별처럼, 그녀의 언어는 폭발하면서 동시에 여백을 만든다. 폭발하는 별들의 뒤란이야말로 그녀의 시적 여백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풍경이다. 폭발하는 별들의 뒤란은 아름다운 빛의 여운과 조용한 성찰과 새로운 길에 대한 탐구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이다. 정수자의 시들이 폭발할 때, 독자들은 그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환호한다. 그 뒤란에서 부재와 해체의 고요한 성찰이 이어질 때, 독자들은 자성의 시간에 빠져든다. 작은 힘들이 모이고 모여 어느 순간 손끝으로 에너지가 폭발할 때, 몸은 춤이 된다. 그녀의 시들은 축적된 에너지의 폭발과 해체, 힘의 모음과 놓음 속에서 마침내 춤이 된 언어이다. 발끝에서 치고 올라 적삼을 타고 흐르다 마침내 손끝에서 폭발하는 춤사위처럼 그녀의 언어는 지고한 완성을 향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언어는 완성의 순간에 허공을 만지는 손끝처럼, 축적된 에너지를 저절로 소진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그것은 완성의 욕심에 대한 자성이면서 완성의 완성성에 대한 회의이고 사태 후에나 만날 수 있는 고요한 뒷자리이다. 보았는가, 저 꼼질은 틀림없는 물이렷다 다가서면 스러지는 모래 노래 아니라 사막 속 윤슬을 켜는 신의 미소 같은 것 무현無絃의 농현弄絃처럼 사물대는 물비늘들 가히 홀린 눈썹을 술대 삼는 신기루에 다저녁 물때를 놓치듯 버스도 지나칠 뻔! 잡아보려 다가서면 고만큼씩 멀어지던 시라는 술래 같은 아지랑이 멀미 속에 줄 없는 거문고 타듯 물의 율을 탐했네 ― 「윤슬 농현」 전문 이 시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취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을 보라. 시인은 사막에서 바람에 따라 흐르는 모래의 움직임을 물의 윤슬로 읽는다. 그것은 마치 시신을 어르고 달래 살려내는 마법사의 행위 같다. 죽음의 마당엔 “율”을 이룰 악기의 현도 없다. 사막의 윤슬이라는 모순 형용 속에서 생명의 “물비늘들”은 마치 “무현無絃의 농현弄絃처럼 사물”댄다. 현이 없는 곳에서 현을 가지고 놀다니. 죽음에서 생명을 길어 올리는 작업은 무언가에 홀리지 않고는,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죽음의 마당에서 생명의 움직임을 읽는 것은 오로지 “홀린 눈썹”을 가진 자에게만 가능하다. 그러나 홀린 자가 자신을 홀린 대상을 향해 다가갈 때 그것은 자꾸 멀어진다. 이 다가섬과 멀어짐의 “사막 속 윤슬” 어딘가에 삶의 닻들이 내려져 있다. 이 아름다운 착각이 삶이다. 시인은 이 착시의 과정을 절정에 이르는 춤사위처럼 접었다 펴고 폈다 접으며 그려낸다. 마침내 그 절정에서 시인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을 때, 이 착각은 다름 아닌 시 쓰기의 과정으로 전치된다. 결국 시적 화자는 “시라는 술래 같은 아지랑이 멀미 속”에서 헤맨 것이다. 이 마지막 진술 속에서 모든 신기루는 해체되고, 그 폐허의 뒤란에서 엄밀한 진실이 반짝인다. 시인이 하는 일은 바로 “줄 없는 거문고 타듯 물의 율을 탐”하는 것이다. 시인의 작업이 독특한 것은 사막 속에서도 “물의 율”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1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현존재의 보편적 질문이지만, 이에 대한 시인의 시적 대답은 말 그대로 송시월이라는 “존재자가 존재하는 상태, 바로 그 존재자의 평균적인 일상성”에서 생성된다. 송시월의 시들은 무엇보다 존재 물음 자체를 전경화하며, 그 물음의 지평에서 시가 만들어지는 풍경에 대한 집요한 궁구窮究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송시월의 주된 관심은 존재의 의미와 시(쓰기)이다. 그녀에게 존재와 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존재는 시로 시는 존재로 끊임없이 회귀한다. 그에게 존재는 시와의 관계 속에서 해석되며, 시는 존재에 대한 물음, 즉 존재 물음과 그 대답의 과정에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그녀의 시들을 ‘존재 물음의 시’라 불러도 된다.
1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시인은 비본래성이 은폐하는 모든 것을 탈은폐한다. 시인의 눈을 통하여 존재와 세계의 결핍과 궁핍이 드러난다. 비본래성이 진리를 은폐할 때, 시인은 아픈 것들의 목록을 들이대며 본래성을 궁구한다. -중략- 박미라 시인은 이런 점에서 (전형적인) “궁핍한 시대의 시인”(횔더린)이다. 그녀는 궁핍한 시대가 은폐하는 것들의 목록을 열거한다. 그녀는 거대 서사로 목청을 높이지도, 이념의 뜨거운 날로 세계를 겨누지도 않지만, 존재와 세계의 몸통에 줄줄이 뚫린 구멍들을 드러낸다. 자만으로 가득 찬 세계가 감추고 있는 무수한 흠집들이야말로 존재의 본래성을 구축하는 것들이다. 모자라고 부족하고 아픈 것들의 집합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본래적으로 덜 떨어진(결핍된) 것들 사이의 소통과 이해와 사랑이 생겨난다.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박해달은 결핍의 서사와 풍요의 서사가 동시에 존재함을 주목한다. 온 세상이 결핍뿐이라면 그 결핍은 이미 결핍이 아니며 결핍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오로지 차이만이 의미를 생산한다. 박해달의 시들은 한쪽에는 결핍의 눈물을 다른 한쪽엔 풍요의 신화를 담고 있는 거대한 저울 같다. 결핍과 풍요는 서로를 비추며 서로의 의미를 깊게 한다. 풍요는 결핍 때문에 더욱 풍요로우며, 결핍은 풍요 때문에 더욱 가난하다.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시인은 삶의 보편성을 울음과 슬픔에서 찾는다. 왜 울음과 슬픔이 삶의 보편성일까. 시인이 볼 때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모든 인간의 ‘타고난’ 결핍뿐만이 아니라 시스템이고 조직이며, 통념이고 지배적 가치이며, 아버지의 법칙Father’s Law이고, 이것들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그 모든 개체성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이다. 배주열의 시선은 가장 밑바닥의 절망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있다. 그 절망은 워낙 깊고 넓어서 보편적 공감의 음역에 닿아 있고, (그런 절망이야말로) 희망의 진정한 출발점이기 때문에 도도하다.
1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1일 출고 
권덕하의 시선은 늘 궁핍한 세계를 향해 있다. 결핍의 현실이 그의 눈길을 부른다. 그는 아프고, 외롭고, 약한 것들의 풍경에 민감하다. 그의 시들은 주관성과 시스템 넘어, 그리고 사회·역사적 현실 너머 시인의 눈길이 궁극적으로 가닿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에게 사랑은 주관성과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해 주는 무한 잠재성의 에너지이다. 그것이 시선을 넘어 무엇을 성취할지 감히 아무도 모른다. 사랑은 미로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그가 세계를 사랑할 때, 더 큰 사랑이 그에게 다가온다. 그런 사랑은 오로지 주체보다 주체를 더 잘 알며 배려하는 타자에게서 온다. 이런 사랑이야말로 시인의 ‘본다는 것’의 의미가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이다.
1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송마나의 글들은 ‘독립된 장르로서의 수필’이 도달해야 할 층위가 어떤 것들인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예증한다. 무엇보다 <하양 -너머 흰>, <주황 -오렌지빛 욕망>, <파랑 -에베레스트산의 하늘> 이 작품들은 정신과 의식의 ‘탄탄한’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송마나는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를 의식/무의식의 긴장된 사유로 채운다. 가령 “나를 꼭 닮은 백발의 내가 말을 건넨다.”와 같은 문장은 오랜 자아성찰의 연습이 없이 나올 수 없는 문장이다. “이렇게 얼룩진 단어들을 무의식에 담아두고서 발화되기 이전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을까.”(<하양―흰 너머 흰>)와 같은 문장은 그의 자성(自省)이 무의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송마나의 글들은 허튼 수필들 이 보여주는 비지성적, 반지성적 경향으로부터도 멀리 벗어나 있다. 그의 텍스트에는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텍스트들이 등장해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의 입체적인 합주를 보여준다. 가령 <하양―흰 너머 흰>에서는 백석, 칸딘스키, 공손룡(公孫龍), 테야르 드 샤르댕이, <주황 -오렌지빛 욕망>에서는 스탕달이, <파랑 -에베레스트산의 하늘>에서는 노발리스의 소설이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송마 나의 텍스트는 독백이 아니라 대화적 상상력의 공간이다. 그는 자신의 언어에 다른 언어들을 침투시키고, 다른 언어들에 자신의 언어를 흘러가게 함으로써 텍스트를 다성성(多聲性, polyphony)의 메아리로 만든다. 이런 방식은 텍스트의 부피를 팽창시키고 깊이를 더함으로써 수필을 웅 숭깊은 ‘사유의 교향악’으로 만든다. 송마나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그것이 매우 민감한 감성의 촉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작품들은 색깔에 대한 작가의 예민하고도 섬세한 감응을 잘 보여준다.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은 손톱보다 작은 푸른 꽃의 웃음소리였다. 그 웃음소리는 바람 따라 흩어졌고 바람이 스치는 곳마다 푸른 꽃들이 피어났다. 광활한 고원은 푸른 종소리로 가득했다.”(<파랑 -에베레스트산의 하늘>)와 같은 문장은 시각과 청각의 화성악적 교차가 이루어낸 아름다운 그림이다.
18.
식자재에 칼집을 넣듯, 일상의 언어에 시의 칼집을! 음식의 수사학으로 만나는 시의 불꽃! 음식(요리)의 은유나 알레고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시인은 음식의 수사학을 버리지 않는다. 요리는 그가 세계를 만나고, 경험하고, 해석하고, 지각하는 격자(grid)이다. 그는 식자재를 다듬고 가공해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상 최고의 감각을 향유한다. 그는 요리의 감각으로 세계를 읽을 때, 세계가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안다. 그는 세계를 요리하는 다양한 방법을 안다. 그는 세계를 염장하고, 덖고, 삶고, 튀기고, 끓이고, 말린다. 식자재에 깊은 칼집을 넣듯, 그는 세계 안에 감각의 칼날을 깊숙이 꽂는다. 그때 이쪽의 살과 저쪽의 살이 만나 섬광처럼 흘러내리는 것이 그의 시다.
1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1일 출고 
최태랑의 시는 어머니의 부재가 만들어 낸 사랑의 재발명, 즉 다른 어머니‘들’ 찾기의 역사를 보여 준다. 그의 문학의 원형인 어머니는 늘 가난한 풍경에 인접해 있는데, 이런 조건은 최태랑에게 볼품없고 궁핍하며 불행한 타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키워 주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고대하면서 그는 가족을 위시한 수많은 사회적 약자에게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를 기다리다 어머니가 되어 버린 시, 그것이 최태랑의 세계이다
2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1일 출고 
이 시집은 이렇게 여러 국면의 죽음들을 소환하며 죽음을 사유의 토대로 삼고 있다. 죽음이 보편적인 현실이라면, 모든 생은 죽음과의 관련 속에서만 설명 가능한 것이 된다. 삶과 죽음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 같아서 어느 한쪽을 빼고 다른 쪽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시인의 사유는 결국 생에 대한 깊은 명상이다. 지연희의 강점은 이 죽음 지배의 현실을 전혀 회피하지 않으며 정공법으로 맞서는 데에 있다. 그녀는 죽음을 철학이나 종교로 봉인하지 않고 날것으로 까발려놓음으로써 죽음에 대한 혹독한 리얼리즘을 성취한다. 이렇게 죽음의 제사를 지내고 죽음을 보편-현실로 받아들일 때, 죽음의 칼날 아래 있는 생명의 찬가가 제대로 울려 퍼진다. 그러므로 지연희의 시는 죽음의 리얼리즘과 생명 혹은 부활의 미학 사이에 걸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손애라의 시는 사물의 외곽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날아가는 창처럼 세계의 깊은 속을 겨눈다. 그것은 무의식의 깊은 바다, 태초부터 반복되고 있는 원형原型, 마르지 않는 세계의 젖줄을 향해 있다. 그녀에겐 세상의 먼지 하나도 무의미한 떠돌이가 아니다. 그녀의 시에서 사소해 보이는 모든 것은 그 자체 거대한 의미의 씨앗들이며, 관계의 방대한 그물로 연결되어 있다. 블레이크W. Blake식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모래알 하나에서 우주를 본다. 그녀에게 사물들은 개체이면서 동시에 우주를 관통하는 보편적 방정식의 일부이다. 그녀는 사물의 표피를 뚫고 들어가 그 안에서 가동되는 보편-문법을 들여다본다. 그녀에게 그 궤도 밖을 떠도는 사물은 없다. 그녀에게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다. 모든 사물은 필연적 인과 관계 속의 점들이며, 그것들이 모여 세계를 가동하는 선과 면을 이룬다. 그녀는 마치 고고학자처럼 사물 속에 각인된 지층들을 파헤친다.
2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최정란의 시는 소녀-언어와 슬픔-언어가 겹치는 곳에서 태어나는 주름들이다. 그것은 다양한 형식과 콘텐츠로 이루어져 있지만, 겹치고 겹쳐 다름 아닌 ‘최정란의 세계’로 종합된다. 이 시집엔 깔깔대며 세계의 지붕에서 미끄럼 치는 명랑, 발랄한 소녀들의 언어가 있고, 그것들의 배후에서 사선射線으로 내리는 비처럼 우울한 슬픔의 언어가 있다. 최정란의 시는 이렇게 “우울과 명랑이 뒤섞”여 있다. “명랑”은 그녀의 시를 경쾌하게 만들고, “우울”은 그녀의 시를 깊게 만든다. _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2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김혜천 시인은 세계의 유동성에 주목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세계는 겹 제곱 방정식처럼 증식한다. 동일성의 문법을 깨뜨리는 세계는 늘 탄생의 새로운 문턱에 있다. 경계를 넘어가는 언어는 포획을 거부한다. 시인은 완결된 문장을 거부한다. 시는 종결의 언어가 아니라 생성의 언어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의 제목처럼 시인이 적는 첫 문장은 늘 비문이다. 비문은 완결을 거부하는 언어이며, 무엇이 든지 될 수 있는 언어이고, 도래할 문장을 꿈꾸는 언어이다. 김혜천은 정주定住의 순간 이주를 꿈꾼다. 그녀에게 모든 언어는 지나가는 고원高原이다. 그녀는 유목민처럼 세계를 유랑하고, 세계는 그녀를 유랑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주체와 대상은 아메바처럼 고정된 형식을 갖지 않는다. 움직이고 흐르는 것들이 ‘차이’를 만든다. 다른 것들끼리의 접속이 일어나는 자리는 생성의 자리이다. 그러므로 동일성은 아메바의 위족처럼 순간적으로만 존재한다. 동일성은 차이와 이질성의 섬광에 불과하다. 시인은 산란하는 알들의 언어에 매혹 당한다. 세포는 증식되고, 형태는 변화하며, 존재는 생성된다. 김혜천은 이 무한 형태 변용metamorphosis의 세계에 주목한다. 이 시집은 끊임없이 부화하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유목 언어의 기록이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해설 중에서
2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1일 출고 
시인은 현실(지시 대상)과 기의의 전횡에서 가능한 한 멀리 벗어나 상징계의 절벽에 가상의 기호-공간을 설정한다. 이 공간이 살아남으려면, 그리하여 빈집이 되지 않으려면, 그것을 지탱할 무한-동력이 필요하다. 그에게 있어서 이 동력은 바로 에로스의 에너지이다. 그는 ‘메마름’의 바닥에 있을 때도 사막을 때리는 무수한 “빗방울”들을 소망한다. 그는 얼마나 강렬하게 “사랑”을 갈구하는가. “거품을 입에 물고 기진한다 해도/ 기절하고 기절한 채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전언은 누구보다 직설을 싫어하는 시인에게 얼마나 예외적인 자기 고백인가.
2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8월 4일 출고 
엄세원 시인은 길 없는 길에 자신을 다시 남겨둔다. 이 영원한 “미제”가 시인의 사유를 지속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시인은 철학자가 아니므로 사유를 관념에 가두어두지 않는다. 그녀는 은유의 그림으로 사유를 탈범주화한다. 이 시집은 그녀의 사유가 이렇게 주관성에서 객관성으로,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옷을 입고 피어나는 과정들의 집합이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