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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서정춘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5월 <죽편 竹篇>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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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사막을 걸어가고 있는 한 마리 낙타가 있다. 보이는가. 2백 년 전 밀림을 불어가던 바람을 무릎 사이로 흘려보내며, 미라의 분신인 모래바람을 쓰라린 눈알로 받아내면서, 홀로, 외로이, 쓸쓸한 운명을 디디며, 견디며 가고 있다. 늘 그러하듯, 외계는 외롭다. 밖의 삶은, 언제나 고독하다. 시인이 아닐 때, 그저 한 사람일 때, 그의 외로움은 세상의 공터를 배회한다. 문명과 자연 사이, 삶과 죽음 사이, 그 비좁은 틈새를 비척이며 홀로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라는 사막을 5년 동안 걸어갔다 온 한 마리 낙타. 나는 그를 안다. 생이 분량이 아니라 사유라 하면, 그의 사유는 천둥과 번개를 지나고, 밀림을 길 낸다. 이 길은 살아 있는 자의 생이므로, 섣부르게 답보하기 힘들다. 이 힘겨움의 힘이, 최준의 시다. 다 지나고 나서의 회상이 아니라, 여정을 노래하기에, 추억이 아닌 영원한 현재. 하므로, 그의 시는 지나온 발자국을 지우고, 앞길도 지운다. 거기엔 늘 외로움이 남지만, 알고 보면 그게 생이고, 우리 인생이고, 언어와 문화의 습속을 떠나 살아 있는 목숨의 본질이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극한의 삶의 슬픔을 만나고, 죽음을 건넌다. 그의 시는 여행자의 기록이되, 관찰자의 넋두리가 아니다. 기행이 분명하지만, 기행이 아니고, 언어가 분명하지만, 언어를 뛰어넘는다. 그래서 더 외롭고, 마음 아프다. 15년 만에 만나는 그의 시집은, 그렇다. 외계의 기록이다. 이 외로운 외계인과 술 한 잔 하는 일. 외로움을 새삼 확인하는 일. 이게 나의 몫이라면, 하루 빨리 등짐을 벗어야겠다. 그도 외롭고, 나도 외롭다. 하긴, 살아 있는 그 누군들 외롭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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