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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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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연극 같은 세계-연극하는 인간, 교감: 이끌림>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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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희곡집 『사람의 시간』 : 역사의 시선, 빛을 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하마」·「낙조」·「마유는 이레간 포르르 포르르」를 중심으로 「하마」·「낙조」·「마유는 이레간 포르르 포르르」까지 세 편의 꽤 긴 희곡들을 단숨에 읽었다. 역사가 엮어진 연극은 무심코 넘겼던 시대의 타임라인에서 특별한 이면의 사연을 들춰낸다는 점에서 언제나 흥미롭다. 세 편의 각 작품이 다루는 시대적 배경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는데, 1932년 일제강점기 대전의 군시제사공장의 노동쟁의(「마유는 이레간 포르르 포르르」 이하, ‘마유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 3·15부정선거와 4·19를 관통하는 이기붕 일가의 성쇠(「낙조」이하, ‘낙조’), 1986년 말, 전두환 정권 하의 경기도 변두리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평화의 댐’ 모금운동(「하마」, 이하 ‘하마’)를 소재로 삼고 있다. 시대 배경이 서로 다른 세 작품을 한데 묶었다는 점은, 작가의 분명한 사회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바로 이번 희곡집에서는 권력의 폭력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그 역사의 뒤안길에서 포착하고 있는 빛을 잃어가는 것과 빛을 발하는 것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을 꼼꼼하게 리서치하면서, 전체주의와 독재의 폭압을 견뎌내는 시대인의 저항과, 권력의 욕망에 굴복하거나 침묵하는 이들을 대비해 이를 섬세한 무대언어로 형상화한다. 이번 희곡집의 작품들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아 극적 장면으로 재구성해 되살려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이런 스케일의 작업을 시도했다는 점을 알기에, 이 연극의 무대화가 성공하리라 기대하게 된다. 극작가 이정수는 2020년 제28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에서 비닐 공장 생산직 노동자의 하루를 그린 작품 「어금니」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에 하게 된다. 2021년 제13회 대전창작희곡공모에서 「하마」로 금상을 수상했고 2022년 대전문화재단 ‘차세대artistar’선정되기도 했다. 작품으로는 「어금니」, 「알고리즘」, 「제비다방」, 「김수영, 외줄 위에서」, 「노고지리는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 「노고단은 보라색이다」, 「blue lemonade」, 「반원 안에는 동그라미가 있다」, 「여덟 살 우주」, 「이상, 기형, 13」, 「제비다방」, 「운수 없는 날」 등이 있으며, 2023년 제23회 대전연극제 〈조선으로 베다〉의 드라마트루그, 극단 라일락의 〈아Q정전:광인일기〉 각색ㆍ재창작,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어〉(남명옥 작, 연출)각색, 극단 나무시어터 사회적협동조합의 〈알래스카 교도소〉(정미진 원작/남명옥 연출)각색, 마당극<운산> 창작 등 다수의 작품을 창작하고 공연에 참여하는 등, 대전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면서 그의 희곡은 이미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이번 희곡집 『사람의 시간』은 이전 단편희곡선인 『파운데이션』(평민사, 2023) 이후 두 번째 희곡집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희곡집에 실린 ‘하마’, ‘낙조’는 이미 무대화된 작품이고, ‘마유는’은 지역스토리 브랜딩 작품으로 앞으로 무대화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최근에 공연된 희곡 「낙조」(극단 통, 2026.3.10.~3.15. 경험과상상)는 이승만 정권 의 2인자였던 이기붕 일가의 파멸을 다룬 작품인데, 인상적인 것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의 장면을 세익스피어의 비극과도 같이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도입부의 화진포 바다의 낙조를 그려내는 지문, “붉은 해가 완전히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라는 전조가 어떻게 무대화돼 연출될 것인가에 대한 상상부터 갖게 했다. 화진포 별장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을 두고 “저 붉은 기운이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것 같지 않아요?”라고 묻는 프롤로그에서 이미 작가는 이 가족의 운명을 암시한다. ‘낙조’는 아름답지만 저무는 것이며 그 빛은 찬란할수록 어둠이 깊다는 메시지가 굵게 박힌다. 이러한 작가 특유의 전경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지문은 여타 희곡의 서사적 묘사의 아쉬움과는 다르게 무대 배경을 생생하게 묘사해 공간, 시대, 분위기를 구축하는 차별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서대문 자택 벽에 걸린 이승만의 사진이 ‘찬란하게 빛나고’ 이기붕의 호(晩松)가 담긴 액자는 ‘빛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 지문도 연속되는데, 작가의 이 단순한 시각적 대조는 작품 전편에 걸쳐 반복되는 양상이다. 그것은 권력의 중심에 붙어 있을수록, 자신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는 메시지가 이 두 액자의 포커스에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사실 이기붕 일가의 몰락을 다루는 정치 비극을 무대화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건 기반을 중심으로 사실 전달의 기능과 창작적 재구성 사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 분명하다. 작가는 사사오입 개헌(1954)과 3·15 부정선거(1960)를 극적 뼈대로 삼고, 그 사이에서 이기붕, 박마리아, 이강석 그리고 운전기사 한길수라는 네 인물을 관계를 촘촘히 얽혀 내고 있다. 극중 관객은 역사적 지식 없이도 극적 장면만으로도 당대의 역사 인식을 갖게 한다. 부결된 개헌안을 사사오입(四捨五入)의 수학적 궤변으로 뒤집는 과정을 통해 권력의 실체를 고발하면서, 재적의원 203명의 3분의 2는 135.333으로 135명이라는 극중 최인규의 말에 이기붕의 권력의 욕망이 발현하는데, 여기서 작가는 ‘이강석’이라는 새로운 인물로 재구성하고 극중 다른 중심축으로 삼는다. “대단하십니다. 0.333은 버려야 한다. 그 궤변으로 이 나라 민주주의의 양심을 깔끔하게 ‘버려’주셨습니다.”라는 대사 한 토막은 ‘역사 앞에 양심’이라는 스스로 자신의 결핍을 인지하는 찰나에서 단순한 권력 혐오의 서사와는 다른 차원을 만들어낸다. 권력을 욕망하는 인간의 비루함과 그에 대한 자기혐오가 공존시킴으로 특별한 비극적 인물을 재창조해내고 있다. 아버지의 덕으로 부정하게 서울대와 육사에 들어간 이강석은 총검술 동작을 하며 ‘찔러야 할 것’에 대한 대상, 즉 나와 아버지라는 주체 혐오의 부정인식을 독백하면서, ‘버려짐’에 대한 인식을 극적 형상화하고 있으면서 이를 비극적으로 작품에 압축해낸다. 한편, 다소 희박해 보이는 이기붕 일가의 운전기사 한길수는 극 전체에서 민중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불의를 목격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침묵해야 하는 그의 자리는, 역사의 방관자가 아니라 목격자의 자리인데, ‘한길수’를 통한 ‘바라봄’의 시선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발현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하마(河魔)」는 작가가 2021년 대전창작희곡공모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후, 2024년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전 극단 앙상블의 작품 <하마(河魔)>(2024.12.12.~12.15, 한남대학교 서의필홀)로 무대화됐다. <하마>의 배경인 1986년 말 ‘평화의 댐’ 모금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무대화된 작품이 바로 24년 12월 3일 비상계엄과 이후 계속 이어진 탄핵 거리집회까지 정말 소용돌이치는 숨 막히는 정국에서 올렸던지라 이 작품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다. 무대는 가상의 세원중학교 교무실 안을 중심으로 무대 후면 태극기가 액자로 걸려있고, 블록벽면을 비대칭적으로 뜯어내 장면 별로 시대별 뉴스 영상이나 모금액 현황판 등이 영사됐다. 무대 삼 면을 교사의 책상 의자, 철제 캐비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대 하수 쪽에 경사된 창틀과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국어교사 박단일의 책상을 놓았었다. 평면적 무대를 입체화하는데 꽤 공들였던 작품이었는데, 그보다도 작품 희곡이 소재로 다루고 있는 1986년의 ‘평화의 댐’ 모금은 그 시대를 겪었던 세대들에게 다양한 기억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정서적 공감대가 컸던 작품이다. 당시 전두환 독재정권은 북한의 금강산댐 공사를 수공(水攻) 작전이라고 칭하고 국가안보상 대비책으로 국민의 성금을 모아 댐을 건립하는데, 당시 댐 건설 과정에서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여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였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이후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 사건이었다. 작가의 문제의식은 극단적 반공주의가 지금까지도 이어지면서 여전히 반공국가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시절의 광기가 잔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그만큼 세 편 중 작품 중 가장 날 선 작품이 ‘하마(河魔)’라고 할만하다. 이전 리뷰 글에도 썼던 바, “아마도 이 세상 모든 연극 가운데 ‘빨갱이’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쏟아져 나온 작품이 이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갱이’라는 단어는 극에서 쉴 새 없이 거칠게 쏟아진다. 당대의 성금모금 과정에서의 부패한 사회 구석구석과 부풀려지고 왜곡된 가짜뉴스를 보도하기 바빴던 당시 언론매체의 실상은 바로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과 바로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질 수밖에 없다. 극중 교무부장과 박단일 캐릭터는 이 작품의 대비되는 인물 갈등의 축으로 그려지는데 교무부장의 “딱 생긴 것부터가 빨갱이 같아!”라고 순환 고문 같은 대화로 선생님들을 몰아붙이는 그의 언어는 터무니 없이 폭력적이면서 전체주의적 언어가 어떻게 피해자를 어느 방향에서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가두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에 반해 박단일 선생은 이 작품의 중심인물로, 이 억압적 환경 속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검고 굵은 매를 들고 수업에 들어가는 권위주의적 외형의 박단일의 모습은 그 자체로 모순의 형상화라 할 수 있다. 희곡은 학교라는 공간을 배경에 두고 있지만, 이는 부조리한 권력과 군중심리 등과 같은 한 개인의 사회의식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그 시의성이 만만치 않다. 특히 극중 ‘충정봉’의 쓰임이 달라졌다는 것은 이 작품에서 주목해 바라봐야할 지점이다. 권력에 맞서는 용기, ‘검은 매’를 누구에게 들어야 하는지, 오늘의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주시민이 직면한 도전과 책임을 성찰해봐야 할 듯하다. 우리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무대를 보면서 그것이 오늘을 비추는 거울로서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유는 이레간 포르르 포르르」는 1932년 일제강점기 대전의 군시제사공장의 조선인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쟁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일제의 노동착취에 맞서 7일간의 단식투쟁으로 승리를 쟁취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은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지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이야기를 단순한 여성노동자의 노동쟁의 승리의 기록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선과 1932년의 기억을 교차시키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109세 노파 박복례가 요양병원 창가에 앉아 방송작가의 인터뷰에 응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희곡 도입부에 “어제 먹은 점심밥은 기억 안 나도, 그날 새벽 공기 냄새는 코끝에 쨍하니 박혀 있어. 비릿한 번데기 냄새도...”라는 복례 할머니의 목소리는 이 연극 이 아카이브 속 기사 사건 기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몸에 새겨진 기억’으로 ‘화인(火印)’으로 뭉개지고 굽어진 손가락의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시각화된다는 지문은 작가의 역사 기억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제목 「마유는 이레간 포르르 포르르」만해도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마유まゆ(繭)’는 ‘누에가 만든 고치’를 뜻하고, ‘이레’라는 숫자 ‘7’은 하늘의 근원적인 수의 상징으로 보면서 성과 속, 하늘과 땅, 영혼과 육체가 통합된 수로의 탈바꿈에서 강한 여성성 상징으로 봐진다. 또한 얇은 종이나 털 따위에 불이 붙어 가볍게 타오르는, 그리고 작고 가볍게 떠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어 ‘포르르 포르르’가 결합되어 이 여성노동쟁의의 서사를 단적으로 지칭한다는 점에서 희곡에 대한 호기심이 클 수밖에 없다. 연극은 뜨거운 물에 삶아야 실이 풀리는 누에고치처럼, 여공들을 마치 용광로에서 단련된 철과 같은 존재로 ‘쓸모’의 주체적 감각을 드러내면서도 극중 강명주의 대사를 통해서는, “만약 우리가 이 뜨거움을 견디지 않고, 실을 내어주지도 않고... 그저 이 딱딱한 껍질을 스스로 깨고 나온다면. 그래서 실을 잣는 기계가 아니라, 날개를 가진 나방이 된다면. 세상은... 우리를 뭐라고 부를까?”라는 독백에서 새로운 주체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희곡을 읽는 독자는 노동자의 저항은 어떤한 감정의 분노에 그치는 게 아니라 ‘포르르 포르르’라는 작은 날갯짓의 상상이야말로 이 작품에서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또한 여공들의 연대 과정을 형상화하면서, 쟁의 과정에서의 일련의 극적 전개는 사건을 통한 희비극의 교차와 유형화된 악인을 구성해 이야기를 능숙하게 끌어간다. 노동현장에 대한 오늘의 시대적 감각을 결합시키면서 여공들의 다양한 캐릭터도 큰 무리 없이 입체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익숙하면서 각 캐릭터의 균형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이 연극을 통해 그들의 쟁의가 단순한 집단행동을 넘어 개인들의 선택과 의지로 결집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제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늘의 노동극으로서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역사를 끊임없이 취재하는 젊은 시선, 오늘의 희곡에 드러나는 이정수 작가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소재 선택의 탁월함이라 할 수 있다. 사사오입 개헌과 이기붕 일가,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 성금 사기극, 군시제사 여공의 노동쟁의 등과 같은 이러한 소재들은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장면들이다. 특히 군시제사공장 여공의 파업은 대전 지역의 역사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무대에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덧붙여 작가의 성실한 취재도 눈에 띄는데, 실제 역사 기록에 충실하면서도 극적 허구의 공간을 열어두는 균형 감각은 확실히 남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작품 서사의 정제되지 않는 거침에 대한 앞선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선택한 작가적 태도를 읽었을 때, 과도하게 그려지는 위계적 폭력과 이에 바로 맞서지 못하는 패배감, 회의감이 여과 없이 보여지는 것은 관객에게 안전하게 소화된 역사 재현이 아니라, 그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감각시키고자 하는 의지로 바라봐야 될 것 같다. 이정수 작가의 이번 희곡집은 젊은 작가다운 스펙터클한 역사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극적 무대를 그려내는 참신함을 확인할 수 있다. 덧붙여 우리는 그 연극 속에서 ‘빛을 잃어가는 것’의 부정성이 아니라 ‘빛을 되찾아가는 것’, ‘빛을 발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끓는 물에 손을 집어넣는 열여섯 살 소녀의 표정, 극 중에 진정 빛나야 하는 그 숨겨진 살아 숨 쉬는 그 표정들을 찾아내는 것, 나는 그것이야말로 이 연극과 소통하는 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희곡집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잊고 지낸 역사의 장면을 오늘의 무대 위로 다시 불러내, 지금 여기에서 무엇이 빛을 발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 물음에 귀 기울이며 이 희곡을 나와 마주한 이에게 건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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