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정치학박사)
동아일보 기자 역임
국회입법조사처장 역임
한국정당학회 회장 (2001~ 2002년)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2003년)
한국정치학회 회장 (2004년)
현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일제의 식민통치 35년과 해방정국이라는 격동의 근현대사, 이 시기에 수많은 인물이 조국의 장래를 위해 자신들의 삶을 바쳤었다. 이들 모두가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을 막기 위해,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로 이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크나큰 희생을 치러왔다.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아니었다면 해방과 정부 수립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백년전쟁”과 “건국전쟁”으로 집약되는 담론이 말해주듯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해소될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단으로 인해 남과 북에 서로 다른 정부가 수립되어 민족적 비극인 전쟁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전쟁”으로까지 표현되는 갈등 요인이 정치권의 개입과 정국의 경색으로 인해 대화와 타협으로 해소되거나, 중재와 조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견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또 하나의 갈등 요인을 추가하거나 이견을 제시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나타난 갈등 요인과 이견은 크게 두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해방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제와의 관계 설정에서 파생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방 이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외세와의 관계 설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자의 경우, 식민지 치하의 삶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항일과 친일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가 활용되고 있지만, 엄밀성을 기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후자의 경우, 정부 수립의 방법론을 놓고 이상과 현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고민을 던져준 문제였다. 이 문제는 아마도 분단이 극복되고 통일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 현재로서는 기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당시 활동했던 많은 정치인이 이들 범주 사이에서 고뇌하고 번민을 거듭하는 삶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일반 시민들 역시 찰나의 선택으로 일생의 행로가 바뀌는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의 근현대사는 극히 엄혹했고, 그 시기가 유난히도 길었기 때문이다.
설산(雪山) 장덕수(張德秀)는 이처럼 엄혹한 근현대사를 영욕(榮辱)이 뒤섞인 채 온몸으로 살아간 인물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일제와의 관계에서 항일과 친일의 경계를 넘나들었으며, 해방이 되자 외세와의 관계에서 이상과 현실의 영역을 오가며 누구 못지않게 적극적인 삶을 살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련과 좌절, 희망과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야심차게 기획했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이를 보지 못하고 테러로 희생되었기에 더욱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된다.
당시 혼란했던 정국으로 테러가 빈번했는데, 그의 죽음은 경계선과 영역 고수를 생명처럼 중시했던 측이 가한 정치적인 테러라는 점에서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미군정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직접 수사에 개입하고 군사재판까지 했지만, 세간의 의혹을 풀어줄 수 있을 정도로까지 배후 관계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이 점에서 그에 대한 테러는 해방정국에서 송진우(宋鎭禹)나 여운형(呂運亨), 김구(金九) 등에 가해진 테러와 마찬가지로 미궁에 빠진 채로 남아있다.
이와 같은 아쉬움을 풀어보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작업을 마무리 짓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근현대사의 영욕을 배경으로 한 장덕수의 삶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출발했으나, 여전히 미진한 감을 지울 수 없어서이다. 변화하는 사회적 담론 속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수집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사죄드린다.
이 책을 펴내는데 주변의 많은 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 특히 몇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컬럼비아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를 구해주고 평소 학문적으로도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은 강명세 박사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필자가 근무했던 시절부터 도움을 주셨고 이번 집필의 방향을 제시해 주신 동아일보의 김종심 선배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필자가 필요로 하는 각종 자료를 구해주고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은 경남대학교의 이미영님과 박현정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오래된 인연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꺼이 출판을 맡아 주신 백산서당의 김철미 주간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이 조그마한 시작이 장덕수와 동시대 정치 엘리트들에 대해 독자들이 관심과 애정을 공유하는 계기가 된다면 필자로서는 더 할 수 없는 영광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025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