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출생.
전주여고 재학 중 경희대 주최 전국문예콩쿠르에 소설 당선. <밧줄>로 《시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뒤 《현대문학》, 《월간문학》 등에 작품 활동 중 1992년 러시아로 갔다.
이후 모스크바에 살면서 한인신문에 소설과 칼럼을 연재하고 해외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섬에서 만난 아이》로 ‘해외문학상’과 중국 연변소설가협회 주최 ‘두만강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모스크바의 연인들》, 장편소설 《모스크바, 1957년 서곡》이 있다.
2014-2015년 머니투데이 신문에 ‘공영희 러시아 이야기’를 연재했다.
1937년 고려인 이주 정책은 스탈린의 야심 정책이었다. 연해주에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을 살고 있던 조선인들을 하루아침에 기습적으로 생판 들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 곳으로 보내버렸다. 조선인들은 기차에 짐짝처럼 실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을 달려 뙤약볕 내려쬐는 곳에 부려졌던, 어둡고 야만적인 사건이었다. 세계의 역사 속에 이런 얼룩진 사건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나는 한인이주 정책을 되새길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못해 시린다. 그때, 얼마나 많은 고려인들의 영혼이 파괴되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인간은 늘 슬픔을 안고 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알마타,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등지에서 그들의 삶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하는 최소한의 생존권마저도 박탈당한 채 죽지 못해 살았지만 또다시 강인하게 일어서는 기적을 보이기도 했다.
언젠가 나는 이 사건을 소설로 쓰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기 시작한 소설은 중편 분량으로 한 달 만에 써내려갔다. 어쩌면 나도 어떤 광기에 사로잡혔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 안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어서 그 사막의 나라를 다녀오라고…….
그리고 다시 호흡이 긴 이야기를 써보라고. 다시 한 번 내 자신에게 되묻는다. 나는 진정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거냐고.
내가 만나지 못했던, 모래사막에 붉은 피를 꽃송이처럼 뿌렸던 그들에게 부끄럽지만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