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상처의 기록들
삶에는 울림이라는 기록이 존재한다. 그것이 환희이든 상처이든 문학 속의 삶은, 시간에 기록된 그림자의 형태를 지워가는 행위가 아닐까? 첫 걸음마를 하던 일, 스스로 신발을 신는 일, 햇살 속에서 눈을 크게 뜨는 일, 바람을 등지고 뛰는 일 등이 삶의 모든 기록이라 생각한 유아기를 지나면, 우리는 생이 다할 때까지 선택의 갈림길과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론 예측할 수 없이 따라붙는 삶의 기록들이 상처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 문학은 흔적으로 남는 다양한 삶의 그림자들을 하나둘 지워나가며 곤궁한 시간을 위로해 주는 에너지가 된다. 특히 늘 함께 살아가는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문학의 길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해준 정신의 기록이라 할 것이다. 삶속에서 솟아나오는 문학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사용하고 사용해도 고갈되지 않는 울림의 화수분을 위해 지금도 나는 주름진 삶의 노트를 펼쳐 한 문장 두 문장 나만의 기록을 하고 있다.
2025년 6월 1일
김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