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운수 좋은 날」의 마지막에 나오는 김첨지의 대사는 수많은 위대한 작품 속 명문장이 그러하듯이 시대를 초월하는 울림을 가지고 있다. 현진건 선생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 억세지 못하고 눈물이 많다. 악역을 맡은 사람조차 진정 밉지는 않다. 그 시대를 보는 선생의 눈이 늘 눈물에 젖어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선생의 작품을 읽을 때는 미리 마음이 아팠다. 언감생심 선생과 나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나는 선생보다 훨씬 좋은 시대를 살면서도 내 시대를 연민하는 마음이 적다. 연민은 적게 하고 불만과 적의는 가득해서 글이 거칠고 모가 져 있다. 선생을 기리는 상을 받기에 턱없이 부족한 줄 알지만, 앞으로 한 걸음 뗄 때마다 이 상의 무게를 의식하겠다는 다짐으로 우선의 염치를 차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