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상징주의 시들과 그 영향을 받은 현대 프랑스 시들은 또한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상호 교차시켜서 상상력을 촉발하고 풍성하고 참신한 시적 표현을 창조해왔다. 또한 고티에를 비롯한 고답파 시인들은 언어의 예술인 시에 회화의 세계를 도입하여 시적 지평선을 확장시켰으며, 베를렌느 등의 시인들은 청각적인 이미지에 관심을 기울여 시의 이상적인 상태를 '음악'으로 간주할 정도로 시어의 음성적, 청각적 효과를 창조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프랑스의 다양한 시적 기법(技法)들은 영국의 이미지즘과 함께 김기림, 김광균, 정지용, 장만영, 신석정 등 우리나라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들을 가까이 하면서 무엇보다 필자를 매료시켰던 것은 바로 이들 시 언어에서 감지되는 독특한 '소리의 교향악'이다. 음악으로부터 끊임없이 자산을 빌어오려고 했던 이들 시인들 덕분에, 우리는 보들레르가 말했듯이 이 '시-음악의 파도'에 영혼을 적시면서 헤엄칠 수 있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언어의 음악에 힘입어 베를렌느의 '도시 위로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을 수도 있고, 구르몽의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시심(詩心)의 숲을 거닐기도 하며 또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에서 사랑의 아픔과 회한을 달래기도 하는 것이다.
본 저술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들을 '음성학적 은유', '음악적 혹은 회화적 시기법' 그리고 '공감각적(共感覺的) 표현'(synesthesie)에 초점을 맞춰 작품 분석을 통해서 그 기법들을 살펴본 후, 상호 관련이 깊다고 생각되는 프랑스와 우리나라 시들을 나름대로 선정하여 서로 비교·감상함으로써 두 나라 문학간의 공통 분모와 독특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2004년 7월 13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