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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홍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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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파 뽑는 날>

홍당무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습니다. 《고양이와 열두 동물》, 《별로 안 자랐네》, 《츄로스》, 《회전목마》 그림책을 쓰고 그렸습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다양한 기법으로 전달하는데, 특히 대비되는 색의 어울림 속에 강렬한 색감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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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파 뽑는 날> - 2025년 7월  더보기

짹짹 짹짹, 언제부터 지저귀었을까? 엄마가 밥솥을 방에 들고 와 뚜껑을 열자 후욱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아, 맞다. 오늘 파 뽑는 날이지! 어젯밤에 아빠가 지금 뽑지 않으면 바로 파꽃이 피어 버려 시장에 내다 팔 수 없으니, 내일 다 함께 파를 뽑으러 가자고 했다. 설레며 선잠이 들었는데, 벌써 일어날 시간이다. 후딱 아침을 먹고 경운기를 탔다. 덜덜덜 떨리는 진동이 엉덩이를 타고 손끝과 머리카락까지 전해 왔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나타나는 초록빛 밭, 빽빽이 서 있는 파들……. “자, 봐. 파의 아랫부분을 꽉 잡아서, 쏙 뽑은 다음에, 탁 하고 옆에 놓으면 돼.” 아빠는 파 농사가 처음이라면서도 베테랑 농부답게 능숙했다. 나도 아빠 따라서 파 줄기를 꽉 잡아 힘껏 뽑아 올렸다. 그러면 지렁이랑 무당벌레도 쏙쏙 고개를 내밀었다. 신기하게 손바닥이 얼얼하고 허리도 아프고 힘들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일하는 게 마냥 좋았다. 이렇게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며 같은 리듬으로 움직인 건 처음이었다. 땀에 젖은 아빠의 웃음소리, 엄마가 건네주는 시원한 미숫가루, 숟가락으로 쓱쓱 떠먹는 비빔밥, 옆집 아저씨가 사 오신 빵, 우유……. 그날은 단순히 농사일을 도운 날이 아니다. 부모님의 일터에 나도 발을 들여,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당당히 함께 일한 날이다. 농사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어렴풋이 느끼면서, 그 속에 가득한,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의 사랑을 직접 본 따뜻한 소풍 같은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경운기 위에서 바라본 노을이 내리던 하늘, 새벽안개를 헤치고 나와서 어둑어둑 해 질 녘에 들어가던 그 장면이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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