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일곱이니 슬슬 추스릴 때 같습니다.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 ‘행복’의 ‘행(幸)’은, 그 갑골문 자형이 당장 죽을 고비 겨우 넘긴 죄수의 손발에 채운 수갑과 족쇄라 합니다. “그래도 죽지는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라는 안도입니다. 원의에서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는 말씀이고요, 그렇듯이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신문에 기고했던 글들 다시 읽으니,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모아서 책으로 엮음은, 제 삶의 흔적을 조금 남겨보자는 허튼 수작입니다. 고전 문자를 읽기도, 산과 들을 걷기도, 얼큰하게 취해 지척거리기도 했습니다. 개울가에 앉아 골똘히 사색에 빠진 적도 있네요. 모두 다 스스로 보듬어야 할 제 삶입니다.
첫째 장은 말의 뿌리를 더듬고 일상의 무늬를 살폈습니다. 말의 역사를 살피면, 잊었던 가치가 살아나고, 삶의 의미도 새로워지는 듯합니다. 둘째 장에서는 전통과 문화를 봤습니다. 낡은 것을 참고하여 새롭게 계발함이 옳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그 원형에는 돌보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장은 필자가 살아온 경기도, 특히 그 북부 의정부와 양주에 대한 사유입니다. 산길을 걷고, 물소리 듣고, 골목길 누비며, 지역사적으로 가꾸어야 할 의미를 짚었습니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고유성 부여와 삶의 좌표 확인이였습니다. 넷째 장에서는 필자의 특별할 것 없고, 그저 소소한 생각들을 모았습니다.
마지막 장은 독자께 권하는 생각입니다. 부정적으로 소비되는 말 “찧고 까불기”는 그러나, “지지고 볶기”라는 행복한 조리 앞에 놓인 불가결한 절차입니다. 이 과정이 없다면 흥겨운 식탁을 차릴 수 없지요. 함께하는 세상을 향한 필자 나름의 권유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챕터를 나누었으나, 사실 그 사이에 명확히 의미가 갈리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다 만 느낌마저 들어 죄송합니다. 게다가 시의성 잃은 것들을 고치지 않고, 게재 당시 그대로 실었습니다. 작성한 때를 감안하여 읽으시길 바랍니다. 이 쓸데없는 끼적거림을 책으로 엮어주신 출판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필자의 삶에 들어와 평생 활력이 되어 준, 아내와 두 딸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2026년 3월
저자 유호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