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아시아문화원형총서를 내면서
지구촌이라는 말이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마치 한 마을인 양 지구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전해질 정도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삶의 양태가 서로 닮아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선진적인 지역일수록 그 정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데 서로 닮아간다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하나’로 획일화되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우리는 이를 ‘현대화’라는 가면을 쓴 ‘서구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서구화가 바로 현대화라는 등식이 별다른 반성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이, 일찍이 인류 문명을 가꾸어 왔던 다양한 문화 전통들은 상대적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물론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시아적’인 것은 한때 극복되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었다. 다행히 최근 아시아를 주목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일까? 단순히 우리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아시아를 들먹이는 것은 결코 아니리라.
21세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예컨대 ‘인간성 상실’ ‘인간 소외’ ‘환경 파괴’ 등등이 서구화의 후유증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신중해야겠지만, 최소한 서구적 가치와 방식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아시아’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리라.
아시아에는 과거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때문에 아시아라고 하여도 사실 삶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를 타자로 하여 보면 아시아는 아시아로서의 모종의 문화전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문화전통을 형성하는 ‘어떤 것’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아시아문화원형’이라 부른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아시아문화원형’을 찾아 나선 우리는 지난해 ‘생사관’과 ‘창세신화’를 키워드로 하여 아시아문화원형총서 1권과 2권을 간행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동아시아인의 통과의례와 생사의식’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책을 내놓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작업에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전히 찾아가는 길 위에 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겸허하게 제현의 질정과 동참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전남대학교 학교 당국을 위시로 하여 지금까지 도움을 준 모든 분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