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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정수

출생:1991년, 대전

최근작
2026년 8월 <사람의 시간>

SNS
https://www.instagram.com/booljangnan

이정수

1991년 대전 출생. 소설을 쓰고 희곡을 짓는다.
노동, 인권, 가난 그리고 부조리를 쓴다.

2017 제1회 디멘시아 문학상
최우수상 수상_ 소설 〈섬〉

2020 제28회 전태일문학상
소설부문 수상_ 소설 〈어금니〉

2021 제13회 대전창작희곡공모 수상
_ 희곡 〈하마〉

2023 한국극작가협회 한국희곡 명작선 선정
_ 희곡 〈파운데이션〉

2023 세 번째 희곡열전 이상 전
우수예술상 수상 _ 연극 〈이상, 기형, 13〉

2026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

〈파운데이션〉, 〈여덟 살 우주〉, 〈하마〉, 〈백파〉, 〈어금니〉, 〈재비 : 새, 다시 날다〉, 〈제비다방〉, 〈노고지리는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 〈홍상수 영화처럼〉, 〈반원 안에는 동그라미가 있다〉, 〈알고리즘〉, 〈Blue Lemonade〉, 〈운수 없는 날〉, 〈두번째 가족〉, 〈노고단은 보라색이다〉, 〈운산〉 외 다수의 희곡을 발표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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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사람의 시간> - 2026년 8월  더보기

혼자만의 활자가 누군가의 입술을 거쳐 무대의 언어로 변모해 온 지난 시간들을 가만히 되짚어 봅니다. 본래 소설의 문장으로 고요한 방 안에서 홀로 세계를 짓던 제가, 어느새 극장이라는 소란스러운 공간에 들어와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조명의 빛을 조율하고, 땀 흘리는 배우들의 동선을 좇으며 희곡을 쓰는 극작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때때로 저 자신에게도 무척 낯설고 아이러니하게 다가옵니다. 홀로 타자기를 두드리던 소설가가 수많은 사람이 부대끼는 연극 현장에서 숨을 쉬고, 고맙게도 그곳의 연극인들에게 점차 신뢰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소회를 마주할 때면,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돌덩이 하나가 얹힌 듯한 서늘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가 이야기를 짓고 인물을 탐구하는 바탕에는 ‘관세음(觀世音)’이라는 철학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구원하고 자비를 베푸는 보살의 이름이 아니라, 철저하게 ‘세상의 신음을 그저 바라보는 자’로서의 태도입니다. 저는 섣불리 인물들을 위로하거나 구원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저 앓는 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이들의 곁에 서서, 그들의 마르고 앙상한 얼굴을 오래도록 피하지 않고 지켜볼 뿐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쓰는 모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캄캄한 디스토피아를 향해 걸어갑니다. 가난과 부조리, 벼랑 끝에 몰린 언더독들의 팍팍한 삶이 가감 없이 무대 위에 오릅니다. 누군가는 왜 그리도 희망 없는 세계만을 끈질기게 그리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이야기가 가진 묘한 힘이라고 믿습니다. 바닥까지 추락해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인물들을 보며, 독자와 관객이 ‘그래도 내 삶은, 지금 이 이야기 속 사람들보다는 조금 낫지 않은가’ 하는 안도감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이기적일지 모를 이 심심한 위로가, 팍팍한 현실을 다시 하루 버텨내게 하는 아주 작은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 희곡집의 제목을 『사람의 시간』으로 엮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거창하게 기록된 거대한 서사만이 역사는 아닙니다. 저는 역사를 빚어낸 것은 결국 이 미약하고 투박한, 사람들의 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파도에 흔적도 없이 쓸려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어코 모래성을 쌓아 올리는 무모하고 바보 같은 시간들. 비록 그 모래성은 처참히 무너져 내릴지라도, 무언가를 쌓으려 했던 그 헛된 투쟁의 흔적 역시 하나의 역사로서 현재 우리의 삶에 투명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세 편의 희곡은 바로 그 무너진 모래성 곁에 남은 사람들의 덤덤한 신음입니다. 「마유는 이레간 포르르 포르르」는 단 이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유성처럼 퍼덕거리다 스러지는 미약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찰나의 생일지언정, 그 가녀린 날갯짓이 공기 중에 남긴 궤적을 묵묵히 따라가 보고자 했습니다. 「낙조」는 시대의 해가 저무는 끝자락, 피할 수 없는 짙은 어둠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군상을 그립니다. 쇠락해 가는 빛 속에서 길게 늘어지는 제 그림자를 질질 끌고 걸어가야만 하는 씁쓸한 인간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하마(河魔)」는 거대한 폭력과 부조리라는 탁류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휩쓸리면서도, 어떻게든 숨을 한 번 더 쉬기 위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절망의 강물 속에 도사린 괴물 같은 현실 속에서도 끝내 버둥거리는 삶의 비릿한 민낯을 직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묶여 활자로 박제된 희곡은 아직 미완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희곡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는 결국 연극이 되어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에 있습니다. 종이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던 인물들은 연출가의 고뇌와 배우들의 뜨거운 숨결을 통해 육체를 얻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캄캄한 객석에 앉은 관객들과 시선을 맞추고 호흡을 섞을 때, 비로소 이 이야기들이 온전한 의미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묶어 세상에 내보내는 마음은 칠흑 같은 밤바다를 향해 뚜껑을 닫은 유리병 편지를 무심히 던지는 심정과 같습니다.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어느 이름 모를 해변에 닿을지, 혹은 영영 가라앉을지 알 수 없으나, 부디 이 세 편의 덤덤한 신음이 ‘사람’에게 무사히 가닿기를 바랍니다. 어디선가 묵묵히 자신만의 모래성을 쌓고 있는 당신에게, 이글이 아주 작고 쓸쓸한 위안으로 읽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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