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그립니다
날이 잔뜩 흐립니다. 비구름이 몰려옵니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합니다. 나무들도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때론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무섭게 느껴집니다. 말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나무 아래에 서면 숙연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봅니다.
그네를 탑니다. 잔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앞으로 힘껏 날아오릅니다. 가득 고여 있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구름에 올라탔습니다. 드높은 하늘로 올라갑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길을 못난 딸이 좇아갑니다.
아버지의 책 《어둠의 유혹》과 딸의 책 《우는 들판》을 나란히 세상에 내놓습니다.
오늘도 하늘에 구름을 그립니다. 가을이 떠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