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노을이 진다. 노을빛에 비낀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를 보고 웃는다.
고향 땅 병풍산 아래 칠십 인생의 높은 계단 위에 초가삼간을 짓는다.
늦은 발걸음 서투른 솜씨로
녹음이 무성한 연못가 푸른 잔디밭 위에 한 폭의 시조집을 그려 본다.
시조는 고유의 전통 시로 이 땅의 서정시의 뿌리이다.
시조의 뿌리를 찾는 미친 몸 하나 휠체어를 밀고 땡볕에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내릴 때 글을 쓰고 설한에 폭 젖은 몸 칼로 찌를 때도 글을 쓰면서 뜬 눈으로 밤새고 찬밥 덩이 냉수에 말아 먹고 쓰고 또 썼다.
그렇게 쓴 글 조각들을 모아 겨레의 얼이 살아 숨 쉬는 황토 초가삼간 시조집을 지었다.
은은한 시조 향이 흐르는 그 쉼터에 내 넋을 묻고 싶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간 삶의 오묘한 이치가 어울어진 미학을 멋지게 그려 형상화하고자 노력했지만, 간결 절제된 시어의 매력이 리듬을 탈 때 시향이 독자의 감흥을 찌르기에는 매우 미숙하다. 흐름의 맥락 뒤 울림이 모호한 점 양해 바란다.
시조와 함께하는 삶을 바라는 초라한 시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하면서 잔잔한 시향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짧은 시향 길 희열과 애환이 교차하는 민망한 글 부끄럽고 받은 정성에 기쁜 마음 한량없다.
저에게 용기를 주고 도움과 지도를 아끼지 않으신 이동렬 대표님, 신현산 시인님께 감사를 드린다.
출간에 애써주신 『도서출판 바닷바람』 여러분에게 노고의 고마움을 올린다.
2023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