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일꾼
2년 전, 미사를 드리기 위해 공소로 향했습니다. 당시 비가 많이 오는 우기雨期라서 차를 타고 공소를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내에서 작은 배를 타고 약 90분간 바다를 건넌 후 공소로 가기 위해 산으로 향했습니다.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배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뜨거운 태양 빛에 노출되고, 바닷물이 입안으로 들어와 배가 육지에 도착했을 때 몸은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배에서 내린 후 저를 기다리고 있던 청년 한 명과 함께 공소로 향했습니다. 산을 한참 오르다 산기슭에서 밭을 갈던 한 사람을 지나쳤습니다. 그때 그분이 저와 함께 공소로 가고 있던 청년에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부족 언어로 대화를 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후, 제가 청년에게 “저분이 너한테 뭐라고 말씀하셨냐?”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청년이 “저분께서 '하느님의 일꾼이시냐? 너희 마을에 방문하시냐?'라고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순간 저는 너무 놀라 소름이 끼쳤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저에게 하시는 말씀 같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가 미사를 드리러 가고 있던 공소 몇몇 교우분들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그 공소에 미사를 가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그런 마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 “너는 나의 일꾼이니 가서 복음을 선포해라.”고 그 사람 혀를 빌려 하느님이 저에게 말씀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 눈물이 흘렀고, 산을 오르는 동안 묵주기도를 하면서 하느님께 자비를 청했습니다.
7년 전 선교 사제로 서품 받을 때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마르 1,38)”는 주님 말씀을 마음에 품고 서품 받았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밖에 살지 않았음에도 파푸아뉴기니에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삶에서 느끼는 이런저런 불편과 불만을 토로했을 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는 주님 말씀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 감사할 줄 모르는 저에게 하느님은 서품 받았을 그때 첫마음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선교사로서 소명을 다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복음 묵상집을 쓰게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을 허락해 주신 한국외방선교회 총장신부님과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말없이 준비해 주신 부산교구 망미성당 해외선교후원회 박병원 회장님과 후원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더불어 제가 파푸아뉴기니 선교사제로 잘 살 수 있도록 늘 기도해주고 계신 한국외방선교회 모든 후원회원님들과 정글에 계신 교우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튼튼한 발(차량)을 만들어주신 '부산교구 미바회' 모든 회원님, 많은 도움을 주신 교구 신부님들과 교우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