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목숨
오늘은 날씨가 제법 선선합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며 끈적거리지도 않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더위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려나 봅니다.
여름내 원고와 씨름했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내 글은 그저 ’거기서 거기구나‘싶었습니다. 자괴감에 더위까지 달라붙어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먼저 책을 출간할 때도 부족한 글 운운했는데, 다음에는 더 근사한 글로 만나고 싶었는데, 어디까지나 머릿속 그림에 불과했습니다. 여전히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기분입니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며 실수의 연속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연륜이 커버해 줄줄 알았는데 거기에도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통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모 행사를 치르며 뼛속 깊이 스며든 교훈이지요.
step-by-step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뛰어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을 괴롭히고 있지 않았나 뉘우치고 있는 요즘입니다. 마음 내려놓기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색채로 살기를 갈망했지만,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생긴 대로 살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며, 고운 빛깔을 보면 마음이 일렁이고 있음을 느낍니다. 빛나는 목숨을 만들려면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사명으로 여길 참입니다.
그동안 써놓은 글이 꽤 많다 여겨 책 출간을 염두에 두었는데 들여다보니 쓸만한 글은 별로 없네요. 진정성 있게 쓰는 게 글쓰기에 목표인데 그도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이게 저의 한계선이라 여기며 졸작이지만 용기를 내봅니다.
언제나 새 샘물로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해주시는 권남희 선생님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2024년 여름의 끄트머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