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며 글 쓰는 의사 시인. 1963년생. 중앙대 의학과를 졸업했다. 가톨릭대 의대에서 산부인과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후 10여 년 동안 여의도 성모병원, 성바오로병원 등에서 전임강사와 조교수로 근무했다. 지난 2005년부터 산부인과 분만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분만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의 결혼생활에 대한 감회는 “어느 날 문득”이 아니라 항상 뒤죽박죽이다. 잘 산다고, 잘했다고 여겼던 인생이고 일상이었지만 막상 남편이 덜컥 암에 걸리는 시련이 닥쳐왔고, 시간이 흐른 후 돌아보니 복잡한 자신의 인생에 그를 끌어들인 것 같은 회한에 마음이 아팠다.
완벽주의자인 남편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의욕에 안정을 찾으며 많은 스케치북과 미술도구를 사놓았다. 어릴 적 아들 모습은 쉽게 그렸으나 정작 시인의 모습은 그림을 잘 그리게 되면 그려주겠다고 하고서는 모든 걸 뒤로한 채 떠났다. 그런 후 몇 년이 코로나19와 함께 훌쩍 지나갔다. 어느 날부터 남편이 남겨 놓은 빛바랜 스케치북에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일상이 힘들어도 즐길 것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여긴다. 즐길 것이 돈이 덜 드는 것, 시간을 덜 써도 되는 것,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 신체를 써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남은 인생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