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지금 쓸 수 있는 건 이런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산조각 난 글. 소설을 쓰는 동안 내게 있었던 일들의 조각조각. 연말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가라앉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마다 나는 위를 쳐다본다. 내 시선이 천장을 뚫고 지붕을 뚫고 하늘을 뚫고 우주를 뚫고 아주 거대한 눈동자와 마주친다. 그렇다고 뭐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그곳에 누군가 있다고, 내가 옮기는 발걸음마다 함께하는 누군가, 내가 조금이 라도 더 밝은 쪽으로 가기를 바라는 누군가 있다고 상상하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진다.
― 에세이 「조각조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