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생활인으로 세상살이를 하노라면 어떤 모습으로 삶을 영위해야 하느냐 하는 생각이 종종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내 눈앞엔 곧잘 옛날 동란 후 전기 사정이 몹시 나빴던 시절의 남포등이 나타난다.
남포등은 하룻밤 어둠을 밝혀준 뒤면 언제나 등피에 그을음이 시커멓게 낀다. 그래서 이튿날 해 질 무렵이면 그날의 밝은 밤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등피의 그을음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바로 그러듯이 우리는 일상의 갈피에 앉은 구질한 속기(俗氣)를 그날그날 세척하여 다시 말쑥한 마음으로 새날을 열어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너무도 부족함이 많았다. 다만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은 변함이 없을 뿐이다. 그래설까, 범속한 일상사의 애환 속에서 잠시 벤치에라도 찾아가 앉는 분과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것이 그동안 발표한 소설 중에서 대충 몇 개를 집어내어 선집을 엮는 소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