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으로 둘러싸인 지구는 마치 밀봉된 통과 같아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모양을 바꿔 육도를 윤회하면서 생멸변화를 일으킨다.
만일 고정적인 형태의 틀을 지녔다면 인간과 축생은 자신의 형태를 간직한 채 인간은 계속 인간으로 축생은 축생으로 태어나야 하지만 고정적인 형태의 틀을 지니지 못한 탓으로 육도를 오르내리게 된다.
결국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통 안을 벗어나지 못한 채 끝없이 모양을 바꿔가며 공존하기에 피고 지는 꽃처럼 개체를 지닌 자아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늘 변함없는 땅과 같은 존재이며 통 안의 허공과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변해도 변하지 않고 생겨났어도 생겨난 바가 없는 본질로 존재하므로 허공에 둥실 떠있는 지구는 먼지와 같아 모양을 지닌 것들은 실체가 없기에 남김없이 허공으로 흩어져 돌아가므로 제각각 나누어진 개체가 아니기에 생겨났으나 어디로부터 오지도 않으며 멸하지만 어느 곳으로도 가는 바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아가 본래 없는데 무슨 깨달음의 법을 구할 것이며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본다면 없는 개체를 집착하며 부처를 보려는 관념은 중생과 부처, 선과 악, 밝음과 어둠으로 나누려는 양변으로 인해 아상에 집착하여 취사선택의 마음을 일으키므로 고통의 늪에 빠져 무명의 꿈속을 헤매는 어리석은 무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셀 수 없이 오랜 옛적부터
이 몸을 만들어 보고 듣고 느끼고 알게 했으니
물건을 쥘 수 있도록 세밀한 팔과 손가락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걷고 달리도록
긴 다리와 균형을 잡고 설 수 있는 발가락들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것 없이
완전한 조화로써 세상에 적응하도록 베풀어 주신
내 안에 그분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노라
설혹 뜻에 맞지 않는 세상을 힘겨워하며
분노와 원망의 거품을 쏟아낸다 해도
그것은 모두 내 안에 그분께서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능력이
자신에게 존재함을 일깨우기 위한 일환이니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들리게 하는 것으로
맛보는 것이 아니라 맛을 알게 하는 것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게 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우리 안에 그분을 예경하는 것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이여,
그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일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