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는 내게 남도의 여성들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며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 다홍색 치마를 펄럭거리며 한 발씩 힘차게 내딛는 강강술래의 이미지로도 도착한다. 목청이 좋은 누군가가 먼저 흥이 나 메기면 누군가가 반드시 받는 노래, 누군가가 힘차게 내디딘 걸음이 엉키면 손발을 맞추는 이들의 동작도 연달아 엉키는 일. 그러다 와르르 쏟아지는 웃음. 듣기는 일방향적 삼킴이 아닌 다채로운 반향이고 부딪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바라건대 나는 앞으로도 절실하게 듣고 싶다. 앞으로도 내내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설령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소망일지라도 계속 소망하고 싶다. 이렇게 겁도 없이 쓴 문장이 앞으로의 내 삶을 붙들어줄 족쇄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