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의 문학적 위상은 이제 확고부동하다. 「금강」이라는 그의 문학적 봉우리는 단지 그만의 성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문학은 20세기의 한국사와 한국인 전체가 경험한 비극과 희망의 성채일 것이다. 그의 문학을 성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신동엽이라는 이름은 한국문학의 많은 내용들을 함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독재와 반외세라는 단어로, 나아가 근대 이후의 세계상을 중립 국가와 귀수성 사회라는 전망으로 해석해왔던 논의들은 이제 더 자유로운 사유와 희망의 영역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저간의 이 논의들과 관련하여 계속 기억해야 할 것은 신동엽을 규정하고 있는 단어의 무게이다. 한국 현대문학사에 기록된 그의 뚜렷한 자취는 수많은 독자들과 연구자들에 의해 ‘민족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보상받았다. ‘민족시인’이라는 이름이 거느리고 있는 서사적 배경과 결합하여 신동엽은 한국문학의 일반명사이자 고유명사이다. 그는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그만의 역사적 문학을 이루었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문학의 역사를 만들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