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시조와 시를 좋아했습니다. 읽기만 해도 노래의 가락처럼 운율이 저절로 느껴져 고운 음악을 듣는 듯하여 시조나 시 읽기를 즐겨 하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하여 습작한 시를 발표하다가 뜻밖에 백산 이성장 시인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저를 글 친구로 대해주시며 늘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황문학’ 동인회에 동참할 것을 제안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어쭙잖게 ≪참여문학≫을 통하여 시를 추천받아 등단하였습니다. 이어서 2003년에 ‘상황문학’ 창립 동인이 되어 활동한 지가 어느덧 17년입니다.
제 시는 제가 보기에도 보잘것없지만, 제 삶을 노래한 일기이며, 지나온 발자취입니다. 세련되지 못하고 치기를 벗지 못했지만, 그 점을 다독여주시는 몇 분의 힘에 용기를 얻어 이렇게 이어 오고 있습니다.
남편은 늘 저의 시작 활동을 격려해주었습니다. 남편이 생전에 시집을 내라고 여러 번 권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귓등으로 흘리곤 하였습니다. 그냥 글 쓰는 게 좋아서 쓰긴 하지만, 시집으로 묶어서 낼 만한 게 못 된다고 여겨 망설였던 겁니다. 그런데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뜻밖에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남편이 제가 쓴 글을 모두 차곡차곡 모아둔 꾸러미였습니다. 순간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마침내 그것은 남편의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저의 회한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 생전에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어리석음을 용서받고자, 서둘러서 시집을 내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