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나왔다고? 미술교사라고? 온통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강원대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했고 2006~8년 해병특수수색대 제7상륙수색중대에서 근무했다. 2011년 서울 중등미술교사로 임용하여 현재 서울 언주중학교에서 미술교사, 중2담임으로 근무 중이며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위한 동아리 #0814를 운영하고 있다. (insta: jung_dae_won)
들어가는 글 ③
미대생, 해병 특수수색대에 입대하다
“군대 얘기로 글 한번 써보자.”
군을 전역한 지 10년도 더 지난 어느 날, 동기 지양이에게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갸우뚱했다.
소개팅에서 해서는 안 되는 3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라고 할 만큼 군대 이야기는 금기시되는 주제가 아니던가. 그런 이야기를 책에 담자고?
더군다나 해병대를 다녀온 나에겐 ‘해병대 자부심’ 내세운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군대 이야기는 늘 조심스러웠다. 자랑거리는 내가 늘어놓을 때가 아니라 주변에서 말해줄 때 더욱 빛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지양이는 지금이 세 번째 출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특히 남미에 있는 한국학교에 파견근무를 하며 아내와 함께 있었던 일화들을 엮은 <업고 메고 남미육아여행> 이라는 책은 주제도 흥미로웠고 이런 재밌는 인생을 책으로 담아 엮을 수 있는 지양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대 이야기라니? 누가 본다고?
물론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이라면 이런 내용이 궁금할 수 있다. 나도 입대했던 2006년에 부대 생활과 군대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궁금하던지 인터넷을 이것저것 뒤져봤었지만 빛바랜 1회용 카메라로 찍은 선배들의 개인 추억용 사진과
“내가 뱀을 산 채로 잡아먹고 200km를 이틀 밤에 걸었고…….”
같은 무용담들뿐이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유튜브에만 들어가도 ‘우리나라 특수부대별 비교분석~’, ‘00부대 출신이 들려주는 현역시절 이야기’, ‘00부대 출신의 군대 생활 기억나는 캠핑하기’ 같은 영상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나도 누가 “에이, 군대 썰 한번 풀어봐~!” 라고 하면 일주일 밤낮으로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이 많이 있다.
“라떼는 말이야~. 훈련받는데 1주일간 잠도 안 재우고 밥도 안 줘서 칡뿌리를 씹으며 걸었지.”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보고 싶지만. 이런 공통적인 내용은 주 저자인 지양이에게 맡기고, 다른 이야기를 조금만 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