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큐영화 “성스러운 똥”(2024년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의 감독 루벤 압루나의 요청으로 인터뷰 촬영을 하게 되었다. 루벤은 한국 유니스트에 도착하자마자 리허설하고 다음 날 하루 종일 촬영했다. 몇 번 거절하다 영화촬영에 응한 이유가 있었다. 2015년부터 연구해 온 과학예술인문학 융합 프로젝트 ‘사이언스월든(UNIST)’에 누구보다 관심을 보여준 루벤에게 고마웠고 7년이나 부여잡고 있었던 프로젝트 얘기를 하고 싶기도 했다. 2017년 루벤은 미국의 한 재단의 홈페이지에 실린 나의 글을 보고 연락을 주었다. 이메일로 시작된 인연은 4년 이상 계속 되었고 서로 교환한 많은 이메일, 그리고 인터뷰에서 그가 한 질문들을 답하면서 그동안 적어왔었던 7년간의 기록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2022년 봄 7년간의 과학예술인문학 융합프로젝트 ‘사이언스월든(UNIST)’을 끝내고 허탈해 하는 나에게 루벤은 프로젝트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쉬는 것일 뿐이라 했다.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비슷한 생각과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언젠가 다시 프로젝트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용기를 주었다. 그의 말이 옳고 꼭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싶었다. 사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거리를 두고 편하게 그동안의 고민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동안 고민하며 만든 개념과 아이디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리석게도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야 깨달은 것이다. 과학예술인문 연구는 갇힌 실험실에서 하는게 아니라는 것과 일상의 삶 모두가 연구이고 삶의 공간이 곧 실험실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연구는 실험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에서 하는 것이었다. 과학예술인문학 연구는 더욱 그렇다. 일상이 연구면 멈추고 중단할 것도 없다. 버티면서 그냥 살면 된다. 삶이 이어지듯 프로젝트도 현재 진행형이다.
똥본위화폐는 지금 튀르키예에서 플라스틱 화폐로 탄생해 지역화폐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홍콩 공중화장실 프로젝트로 이어져 사업이 진행중이다. 말레시이아 NGO 단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촌에 화장실과 똥본위화폐를 제공하고 싶다고 해 이 또한 진행 중이다. 루벤의 예언처럼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늦게나마 책을 통해 똥본위화폐가 대중과 만나게 되어 기쁘고 무엇보다 이 책이 나오길 기다리시다 2023년 돌아가신 강양이 어머니께 책을 바칠 수 있어 다행이다. 주민 이름인 조재원 대신 필명 강하단을 쓰게 된 것도 작가로서의 삶은 어머니 성과 함께 하고 싶어서 였다.
디지털 시대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한다. 똥본위화폐가 세금 부담없는 기본소득 역할을 디지털 시대에 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디지털시대가 양자컴퓨터 시대로 넘어가면서 똥본위화폐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세상을 화폐의 영역으로 이끄는 마중물 역할까지 해줄 것을 또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