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과 설명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나는 점점 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언어가 아니라, 나에게 닿는 길이었다는 사실을.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상실을 겪으며 살아왔다. 고향과 가족, 사랑을 상실한 자리에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았다. 그것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내부에서 돌았다. 그것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방식으로 견디려 했지만, 침묵은 오히려 또 다른 억압이 되었다.
시를 쓰면서 나는 조금씩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시는 감정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그 감정을 통과하는 일이었다. 무엇을 말하려 하기보다, 무엇이 나를 말하게 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비로소 내가 보였다. 상실과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그것을 외면하지는 않게 되었다.
시를 통해 나를 해체하고 다시 이어 붙인다. 어떤 기억은 여전히 아프고, 어떤 감정은 이미 희미해졌지만,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시는 그것을 붙잡는 일이자, 때로는 흘려보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