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과 그래픽노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하나의 경우》, 《진, 진》, 《요요》 등이 있다. 《환절기》,
《당신의 부탁》, 《니나 내나》는 만화 출간 후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선보였다. 현재는 차기작 〈최선을 다해 멸망 중입니다〉를 만들며 틈나는 대로 산책을 한다. 하루 평균 1만 2000보 정도 사부작사부작 걷거나 뛰고 있다.
삶은 오로지 지금으로만 채워진 시간 같다. 그게 전부인 것 같아서 때론 숨이 막힌다. 지금이라는 이 찰나가 영원한 환영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도저히 붙잡을 수도 없고, 언제나 도망가 버리는 지금은 환상인지 현실인지조차 모호하다. 그 좁은 ‘지금’ 안에 과거와 미래, 비관과 낙관, 그리고 허무와 의미를 구겨 넣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기후위기의 시대, ‘82억 명의 조별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인류에게 희망은 희미하다. 그래도 이건 확실히 건의하고 싶다. 먼저 사라지지 말기. 그래, 당신에게! 어차피 우리는 멸종 중이다.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곗바늘을 조금이라도 오래 함께 붙잡고 가보자. 기대도 절망도 없이 말이다. 지구를 구한 ‘죽은 영웅’보다는 언제 실수를 저지를지 모르지만 살아 숨 쉬는 나와 당신이 나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