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 세상에 올 때 자기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던져진다.
그렇게 던져진 하찮은 존재가 살아가는 데는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귀하게 왔느냐 천하게 왔느냐는 상관없이 값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삶의 형태가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변의 여건이나 환경에 좌우된다.
첫째, 부모를 잘 만나는 것
둘째, 지리나 자연환경
끝으로, 자기가 속해있는 국가의 형태에 따라 개인의 삶이 큰 영향을 받는다.
19~20세기만큼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지속적으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고통을 받는 때가 없었다. 이 두 세기 동안 민초들은 인권이란 말조차 먼먼 별나라에서나 듣는 말이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일제의 혹독한 식민지 수탈과 한국전쟁의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 휴전이라는 이름하에 잠정적 총성은 멎었지만, 여전히 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아오고 있는 현실, 거기에 더하여 독재정권이 이어지면서 질곡의 함정에서 헤매게 되었다.
유년 시절부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승의 문턱을 넘나들며 질경이처럼 살아온 주인공이 우리이다. 그러나 특유한 끈기와 도전정신으로 그 난관을 극복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경제적 안정을 찾았으나 심신은 이미 종점에 와버린 것이다. 이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이루어냈지만, 그가 다리 뻗고 앉을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뒷방으로 나앉아야 하는 운명 누구를 탓하랴?
탄생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듯 종점에 이르는 삶 또한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생사까지 다 놔버리고 심신의 자유를 찾아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심정으로 태胎 자리를 찾아간다.
삶이 덧없음을 종점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한 미련만 남는다.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전쟁의 잔인성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함이며 전쟁이 없고 영원히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기를 엮어본 바이다.
끝으로 장편소설 『종점에서』를 출판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도움을 주신 청어출판사 임직원 제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5년 11월 입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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