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으로만 길어 올리는 시들은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자신의 관슬도 꿰뚫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다가 비문이 된다.
부끄러운 첫 시집 『똥파리』를 세상에 내보인 지가 어언 4년이 흘렀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시의 곁에 다가가기 위해 나름 천착해 왔지만 떡잎 한 장 뚫지 못하고 거세된다.
어쩌다 이 천형의 길에 들어섰는지는 모르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이 길이 형극에 길이지만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힘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나를 추스르고 사람들의 뭇매를 맞을 각오로 두 번째 시집 『언젠가 푸르던 혹성의 비망록』을 감히 내보인다.
시는 결코 곁을 내주지 않고, 난 끊임없이 짝사랑할지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 세상과 사람의 중심을 관통하는 시를 쓰고 싶다.
2022년 여름의 끝자락
동고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