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철학과 학부 및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철학(논리학, 윤리학)을 공부했다(철학박사). 하버드대학교 철학과 대학원 객원연구원을 거쳐, 한국 윤리학회, 한국철학회 등 학회장을 역임했고, 국가 석학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동국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고, 1996년부터 명경의료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을 지냈다.
1970년대 중반, 하버드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세기의 정의론자인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을 번역하고, 그에 대한 학위논문을 쓰면서 철학계에 등장한 황경식 교수는, 근래에는 정의론과 더불어 덕윤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성교육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그는 또한 정의의 문제를 이론적으로만 탐구한 것이 아니라, 20여 년 전 자신의 재산 및 현재 몸담고 있는 병원(약 100억 원의 가치)을 사회에 출연함으로써,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하여 ‘실천하는 지식인’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30여 년 전 처음 고미술과 사랑에 빠진 저자는, 작품 수집을 넘어 기부를 통해 대중들에게 고미술의 매력을 알리는 데 힘써 왔다. 이 책은 그 노력의 결실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명경의료재단 꽃마을한의원에 위치한 여천(如泉)갤러리에 소장된 작품 소개를 필두로 홍천군 무궁화박물관, 양구군 군립미술관, 원주 중천철학도서관 기부 과정, 명경의료재단의 캘린더 명품 도록 소개 등을 담고 있다.
제법한 미술관 하나 갖고 싶은 욕심에 고미술에 손을 댄 지 20여 년이 되었다. 그냥 막연한 욕심은 아니었고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꿈이었다 함이 옳을 것이다. 한의사이자 대한민국 여성 한의학 박사 1호인 아내 강명자 박사는 여한의사에 걸맞게 한방부인과를 전공하였고 세부 전공이 불임 혹은 난임 치료였다. 올해로 어언 반세기 동안 불임과 난임 치료에 열과 성을 다한 나머지 그동안 성공사례가 어림잡아 1만여 건이 넘어간다.
그래서 고객들이 붙여준 애칭이 ‘서초동 삼신할미’라 했고, 자신의 분야에 부단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대학 동기 중 하나가 ‘샘물 같은’ 여자라 한 것이 ‘如泉(여천)’이라는 호를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물론 남들은 팔불출이라 흉볼지 모르나 나는 내심 여천의 노고와 성과를 위로하고 기념하는 ‘여천 미술관’을 꾸며 그의 업적을 기리고 싶은 욕심을 키워 온 것이다. 아직 실물 미술관이 세워진 건 아니나 내 머릿속에는 이미 외형과 내실까지 구상 중이다.
고미술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직접 발품을 팔기도 하고 그간 맺어진 네트워크의 연결고리에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해 여러 점의 고미술품을 수집했다. 그중에는 나의 식견이나 안목이 모자라 실패한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보석 같은 작품을 발견하게 된 행운도 있었다. 미술 작품을 만나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인연처럼 우연히 귀인을 만나는 행운이 오기도 하고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허송하기도 한다.
그간 나와 인연이 된 미술품들을 크게 나누어, 감정 미스터리 특선 20점 속에는 나로서는 보물같이 여겨지지만 아직 감정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한 작품들을 선별했고 지난 2013년부터 2021년 내년까지 격년간으로 꽃마을 한방병원 캘린더에 이미 명품으로 선정된 품목들은 제2장에 배치했다. 수년 전 출간된 『마리아 관음을 아시나요』라는 단행본에 선을 보인 작품들은 제3장 책장 박물관에 실었다. 제4장에는 아직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은 작품들을, 수장고에 잠든 여타의 미술품으로 분류했으며 끝으로 컬렉션 여정에서 이삭 줍듯 얻어진, 나의 안목과 식견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 정보와 교양은 따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