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 책을 만든다. 매일 식물을 돌보고 나 자신도 가끔 돌보는데 물 대신 클래식 음악을 그득 부어준다.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스승은 마지막 순간에 시를 쓰셨다는데 나는 그 순간에 음악을 듣고 싶고 어떤 음악을 들을지 종종 고민한다. 이번에 다섯과 함께하게 되어 다섯 문장으로 된 이야기를 썼으며 시집 『아무의 그늘』,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 사진시집 『침잠하는 사람』 등을 썼다.
어릴 적 벚나무에 올라 버찌를 따 먹던 기억
이 기억은 지금까지 날 따라다닌다
기억을 오르다 보면 헛디딜 때도 있다
왜곡되거나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기억을 밟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방 가지들에도 검붉은 열매는 달리고
쬐그만 이 황홀경을 음미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게 시 쓰기란 나무 오르기와도 같은 것
몇 번을 미끄러져도 다시 오를 수 있는 것
오르고 올라도 그 끝자락엔 영영 닿을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