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과 모양, 그리고 하나의 생각
무명無明도 없고 무명을 없앤 것까지도 없다고 했는데
걸어온 이 족적을 꼭 남겨야 하는 걸까.
오랜 세월 내 안의 나와 다퉈왔다.
글 쓰는 것이 왜 내 자존심이었고,
그것이 나를 지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지…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이기적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씨앗이 있는 이치가
먹고사는 육체의 본질이라면
글쓰기는 내 영혼의 숨과 운동과 땀의 근원이 아니었을까.
이 시집을 엮는 시간이 너무 길어
저 안쪽은 복고풍의 냄새가 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늘 컴퓨터에 저장된 시들이
달아나 버리지 않을까 신경 쓰였는데
한 묶음으로 내놓으면서 걱정 하나를 내려놓는다.
201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