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겠지만 나는 첫 단편집을 낸 직후부터 내내 ‘인정빌라 세계관’ 안에서 소설을 쓰고 발표했다. 인정빌라는 사당동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이고 내가 자라온 환경과 비슷한 공간이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번 책 안에는 내가 5퍼센트 정도 담겨 있는데 나는 그 5퍼센트 정도의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확장시켜 나갔다. 인정빌라 각 호에 사는 인물들은 나인 동시에, 나의 가족이고, 이웃이면서, 타자이기도 했다.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고, 세계의 질서를 관장하는 중심이 해체되고, 모두가 저마다의 색을 발산하며 비슷한 무게 추를 지니고 사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고 대체되고 지연되면서도 하염없이 연결되는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좀 더 생생하게 담아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