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1991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리워서 눈조차 뜰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1991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았으며, 1991년 상반기 올해의 삼성인에 선정되었다. 2002년 「와이셔츠를 다리며」가 『문학사계』가 뽑은 ‘올해의 시’에 선정되었다.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어릴 적 달을 건질 수 없으면 부수어버리자고 시냇물에
떠서 흘러가지도 않는 달에게 돌을 던졌다
그 습관이 지금도 남아 고뇌하지 않고 시를 건지려고
무료하게 앉아 물소리의 메아리 들을 때 있다
육각형의 세포가 껍질 표면으로 점점 선명하게 나타났다
풀잎들이 잔잔하게 먼 곳으로 손짓한다 그제야
소리 없이 달려오는 바람, 머릿속의 온갖 공상과
시적 대상물의 진실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세상에 나온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처마 끝에 고드름이
할머니의 닳은 틀니처럼 털썩털썩 빠지고 있다
파편이 흩어지고 세상은 또 한 계절이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