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고마워! 사랑해!
- 친구! 풀꽃! 약속! 개미! 하늘! 아침! 돌멩이! 운동장! 시냇물!… 오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뀌었다.
바로 ‘오늘’이라는 말이다.
오늘은 나에게 찾아 온 모든 것들에게 거듭 기뻐하며 감사하게 해준다.
오늘은 내 창가에 활짝 핀 나팔꽃의 나팔 소리를 가장 먼저 들려준다.
오늘은 익은 벼처럼 고개 숙여 땅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한다.
오늘은 ‘조심해! 미안해! 좋아해! 포근해!’ 따뜻한 말을 가슴에 안겨주고,
오늘은 산을 오르게 한다. 등에 산을 지고 오르는 아빠와 함께!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호르륵 호르륵 ‘함께라면’을 먹으면서 말이야.
오늘은 고개 끄덕이며 맞장구쳐 주는 친구에게
오늘은 이름 대신 ‘기분 좋은 별명’을 불러 주게 하고,
오늘은 시골에 혼자 사시는 ‘부자 할머니’도 찾아뵙게 한다.
오늘은 전에도 그랬듯 ‘꼬리긴 인사’를 나누면서 말이야.
오늘은 어른들이 즐겨 부르는 히트곡 대신
오늘은 ‘엄마표 김치’와 같은 신나는 노래를 불러드려야겠다.
오늘은 건웅, 제인, 유준, 리원아! 너희와 함께해서 행복해!
오늘아, 반가워! 고마워! 사랑해!
2025년 봄날
한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