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집, 에세이, 어린이책에 삽화를 그렸습니다. 봄 하늘의 구름 같은 따뜻함과 포근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은 책으로 《비가 오면 우리는》, 그린 책으로 《엄마 손은 약손》 《봄의 입맞춤》 《신사임당》 등이 있습니다.
@bomgurum_illust
어린 시절, 저는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할머니는 잠자기 전에 항상 옛날이야기들을 해 주셨어요. 할머니 방에는 커다란 자개 장롱이 있었고, 그 안에는 포근한 이불이 가득했지요. 저는 이불들 사이에 들어가 숨었다가 깜빡 잠이 들곤 했습니다. 장롱뿐 아니라 마당, 옥상, 다락방, 부엌과 부뚜막까지. 그곳들은 조금만 상상하면 금세 다른 세상이 되었어요. 잡초 사이는 동물들의 숲이 되고, 다락방 문을 열면 공주님의 비밀 방이 나타났지요.
할머니의 이야기와 공간들은 제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어떤 곳에서, 이야기 속 친구들과 함께 실컷 놀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이 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이 책을 펼쳐 든 작은 손들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상상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곁에 따뜻하게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있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