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책 『안경을 쓴 가을』 과 『열세 살의 여름』 을 냈다. 10대 20대에는 일기를 많이 썼다. 해마다 노트가 꽤 쌓였는데, 대부분은 겪은 일에 대한 기록과 한탄, 꾼 꿈들에 관한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언젠가 다 이야기가 될 거라는 바람으로 써내려갔던 것 같다.
이번 단편집에 만화들을 실으면서 오랜만에 그 일기장들을 꺼내 읽는 기분이 들었다. 펼쳐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아득하고 낯설어 마치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재밌는 그런 기억들.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라는 옛말을 좋아한다. 물론 가난해지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면 다른 것이 크게 필요없을만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가 마음에 들어서다. 언젠가는 내가 그리는 이야기와 나의 삶이 조화롭기를 바란다.
주인공 ‘가을이’는 제가 독립하기 전 가족과 함께했던 같은 이름의 반려견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가을이가 말을 하거나 저 대신 학교에 가 주진 않았지만, 가을이야말로 항상 곁에서 우리 가족의 속사정을 가장 잘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끼리 무심하고 서먹할 때도 늘 가을이 덕분에 얼굴을 마주하고 웃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