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아이와 함께 주고받은 일상의 순간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것은 철저히 내 관점에서 다뤄졌다는 것을 고백한다. 내가 아이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려고 해도, 나는 나이기 때문에 완전히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다만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은 배울 수 있었다. 내 삶의 태도가 아이에게 영향을 주듯이, 아이의 시선은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나는 아주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겨울나무가 봄의 빛과 바람을 맞아 초록 잎을 틔우듯이. 비가 오면 비를 흠뻑 맞은 젖은 나무로 있듯이.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와 일상을 나누고 서로의 삶 안으로 깊게 들어가는 일은 신기하고 기쁘지만 어려운 일이다. 다르기 때문에 좋고,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게다가 누군가와 관계 맺는 일은 나의 한계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나는 매번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문제들에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계와 벽을 만나도 혼자가 아니라서 벽을 밀어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많은 부분을 아이와 함께 경험하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삶을 겪고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많은 용기와 사랑을 필요로 한다. 용기와 사랑은 단번에 가질 수 없는 것이고 갖고자 생각하면 마음이 아주 무거워져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해로부터 시작하려고 했다. 이해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우선은 나를 이해해보고 싶었고, 다른 사람을 이해해보고 싶었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가능하지 않지만 마음만으로도 내 삶이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향해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걸음이 아니라 두걸음은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나와 함께 두걸음, 세걸음 걸어보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조금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사랑하면서, 사랑을 주고받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