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말기와 삼국시대 초중반, 무질서한 난세 속에서 촉 한蜀漢을 이끈 승상이자 최고 행정가다. 우리는 흔히 바람을 부르는 일종의 마법사나 기적을 만든 천재 책사처럼 그를 낭만화하지만, 실상 제갈량은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압도적인 강자에 맞서기 위해 외교와 물류, 행정과 규율이라는 ‘시스템’을 끝까지 부여잡은 운영자였다.
그는 요행이나 기적에 기대지 않고, 싸우기 전에 먼저 판의 구조를 짰다. 감정에 얽매여 조직의 진형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아끼던 수제자의 목을 베어버렸으며, 『출사표出師表』를 통해 원칙과 책임을 천명했다. 최고의 권력을 쥘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를 엄격히 통제했고, 죽는 순간까지 국가의 질서를 지탱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자본의 부족과 환경의 불리함을 핑계로 시작조차 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궤적은 날카로운 비수가 된다. 주어진 환경과 한계를 원망하며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설계와 책임감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박살 낼 것인가.
우리는 제갈량의 인생과 그로 인해 엿볼 수 있는 철학을 통해 나약한 이유들을 찢어버리고 불리한 판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주체성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