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독문학박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현대독일문학을 수학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카바레>, <하이너 뮐러 극작론>,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공저), <브레히트 연극 사전>(공저), <청년 브레히트>(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뮐러 희곡선>, <뮐러 산문선>, <로리오 코미디 선집>,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평전>, 카를 발렌틴 선집 <변두리 극장>, 욘 포세의 <가을날의 꿈 외>, <이름/기타맨>, <저 사람은 알레스>, 독일어 번역인 정진규 시선집 <Tanz der Worte(말씀의 춤)> 등이 있다.
이 작품이 간행된 1934년은 히틀러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제국 수상이 된 지 1년이 지난 시기이다. 폭력을 부정하고 평화와 자유를 갈구한 휴머니스트 츠바이크에게 나치라는 독선적 광신자들의 움직임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듬해인 1935년, 츠바이크는 나치를 피해 망명을 해야 했고 자신의 작품이 그들에 의해 금서로 묶이는 뼈아픈 체험을 겪어야 했다. 츠바이크는 망명을 떠나기 전, 그 혼돈의 시대에 에라스무스의 모습을 빌려 자신의 사상적 입장과 신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한 평전이나 전기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혼돈의 시대를 통과해야 했던 작가 츠바이크 자신의 내면적 자화상이며 정신적 상흔의 기록이기도 하다.
츠바이크 자신이 에라스무스의 모습을 빌려 폭력과 혼란의 그 시대에 항의하고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일깨웠듯이, 에라스무스는 다시 21세기의 혼돈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현재의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우리의 주변은 정치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극한 대립과 분열, 갈등에 싸여 있다. 일방적인 자기주장과 증오만 난무할 뿐인 우리 사회의 모습은 천박함 그 자체로 보인다. 에라스무스의 시선으로 보자면 여전히 우리의 시대는 ‘광신의 격류’를 견뎌 내야 하는 시대다. 올바른 판단과 존중의 정신, 인내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 소설은 한 외국 작가가 유럽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는 역사관에서 쓴 것이지만, 그 시대와 공간의 차원을 넘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