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의 그림을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특한 어떤 느낌을 받는다. 지금도 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툴른에 있는 에곤 실레 미술관이나 비엔나 박물관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에곤 실레 전문미술관인 레오폴트미술관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유럽열차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서 사람들이 오는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사람들은 그의 그림 앞에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기만 한다. 가슴이 막혀오는 것이다. 몇 년 전 내가 툴른의 에곤 실레 미술관을 찾아갔을 때, 미술관 큐레이터는 먼 외국에서 찾아온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먼 거리를 이동해 작은 도시에까지 찾아온 사람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도,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그녀에게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물론 주겠다고 말했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숭늉대접만한 사기그릇에 커피를 가득 타 갖고 나왔다. ‘고맙다’는 말 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림을 먹먹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미술관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