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어릴 적 내가 지금의 나다. 그때 생각이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다. 했던 말 또 한다. 같은 행동 되풀이한다. 좋아하는 것들 계속 즐긴다. 싫어하는 것들 본능적으로 피한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겉모습이다. 그러나 그 역시 내가 살아온 귀결이니 달라진 게 아니다.
달라지지 않았는데 달라진 듯 보이게 하는 것이 언어다. 언어는 살이고 놀이다. 진정이고 가식이다. 실체이고 허상이다. 한때는 언어의 무거움에 짓눌리기도 했다. 또 한때는 언어의 가벼움에 호행난주(胡行亂走)하기도 했다. 내 삶처럼, 어정쩡한 언어가 나를 끌고 다닌다. 나는 그런 언어의 노예다. 이 시집은 그 노예가 머리 굴리고, 어깨 힘주고, 허리 놀리고, 엉덩이 돌린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