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무런 타이틀이 없는 관계로 제 소개 겸, 글이 태어나는 경로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선 시인은 예로써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자연에게도 마찬가지여서, 항상 연민으로 접지할 수 있는 상태여서 글로 표현되었다 해도 위로의 음성을 가지게 됩니다. 선무당 사람잡는 식의 위로가 아닌 상대에 대한 애통의 음성입니다. 연민은 동정과 다른 감동의 포자입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정신적인 개화를 돕게 만드는 굉장히 고단한 작업입니다. 제한이 가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깊은 사유이되 너른 개울로 남아도 안 되는 그저 바위 밑에 솟아나는 작은 샘물 같아야 하고, 섣부른 경구가 아닌 연륜의 단순함이어야 하고, 생경한 진실은 과학 잡지로 가야 할 것이고 시대에 대한 익숙함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시심(詩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