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한국문학』 신인상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종신회원이다. 저서로 『동주 시, 백 편』, 『백석 시, 백 편』, 『미당과의 만남』, 『김종삼의 시를 찾아서』 등이 있다. 김환태평론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백석은 자기 삶이 더욱 가혹한 상태로 기울고 세상과의 소외감이 깊어 갈수록 자신의 고고한 마음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키려고 애썼다. 근대 문명의 시각에서 보자면 누추하고 비속하게 보이는 장면들을 펼쳐 내면서 근대의 물결 속에 사라져 가는 토착 세계의 정경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으며, 물질 숭배 의식이 확대되는 시기에 고립을 축복으로 전환하는 ‘소외의 미학’을 실현하고자 했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고고한 마음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과거의 시간에서 위안을 얻고 격리된 공간에서 안식을 얻는 전례 없이 독특한 이 ‘소외의 미학’은 소중한 것이 모두 사라진 공백의 시대를 버텨 가게 한 백석의 정신적 준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