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목활동을 하는 가운데 젊은이들, 가난한 이들 그리고 일반 신자들에게 미사 강론과 성경 강의를 하면서 루카 복음서를 공부하고 묵상했던 내용을 교부들의 주해에 바탕을 두어 정리하였다. 미리 일러두거니와 이 책은 성경에 관한 전문학술서적이 아니다. 그저 사목자로서 가톨릭 신학의 안내에 따라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복음서를 읽었고 그 읽은 바를 전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시중에는 성경에 관한 전문 주석서들이 이미 나와 있다. 그런데 특히 네 권으로 된 복음서 전체를 풀이해 주는 안내서가 없다. 전문 주석서들은 신학적 소양이 충분치 않은 일반 신자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고, 그렇다 보니 성경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도 잘 찾지 않는다. 그러나 신자들도 성경과 신학에 관한 교양은 매우 필요하다. 신앙을 유아적인 수준에서 머물게 하지 않고 성숙시키자면 그렇고 선교적인 신앙생활을 하자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성경과 신학에 관한 지식소매상이라도 되어보자는 뜻에서 성경에 관한 전문서적을 읽고 풀어서 이 책을 썼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목적인 성경 해설서이다.
신학교 시절에 공관복음서들과 바오로 문헌에 대해 배웠지만 나는 16년 동안 빈민사목에 종사하면서 그중 한 십여 년은 사도 바오로에게 빠져서 미쳐 살았다. 그가 선교사로서 보여준 삶의 궤적과 여러 편지에서 고백하다시피, 가르친 바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했던 나와 현장 선교사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