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마치면서 미숙한 작품에 혼자 얼굴이 붉어
진다. 어쩌다 올라간 동산에서 바지가랭이에 붙은
도깨비풀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어쩌면 몸에 생긴 흉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 것처럼,
같이 가자고 울며 따라오던 어린 시절 막내 동생처럼
20년을 따라 다니던 시.
이제는 시를 버리자는 마음을 버린다.
차라리 함께 살자고 시를 달래 본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노래가 있듯이
어눌한 나의 노래로 내가 즐겁고 싶다.
시집을 내고 평생을 후회했다는
어느 어르신의 말씀을 다시 생각하는 밤.
풀어버리지 못하는 족쇄를 이해하여 주시기 바란다.
금년으로 아내를 만난지 40년이다.
긴 세월 동행하여 준 나의 아내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노도가 보이는 언덕에서 4월